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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화두는 '2030 구애'…"조국도 마지못해 사과"


입력 2021.05.07 14:10 수정 2021.05.07 14:10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현금성정책' 우후죽순…"청년표 돈으로 매수하나" 역풍 우려

'조국 사태' 사과했지만 본질 꿰뚫지 못하고 "회초리 맞겠다"

청년 구직자들이 채용박람회에서 채용 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4.7보궐선거에서 요동친 2030세대 민심을 확인한 여권이 청년층 표심잡기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2030세대는 기존 선거판을 흔들만큼 확실한 의사표시로 정치권에 충격파를 던졌다. '청년=진보'라는 전통적인 선거 공식도 깨졌다. 2030세대는 특정 진영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실리에 따라 움직이는 성향을 뚜렷하게 나타내며 향후 대선 결과를 좌우할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상황이다.


與 '현금성 정책' 내놨다 역풍…"아이디어 차원" 후퇴


청년표심에 놀란 여권 대선주자들은 경쟁적으로 '현금 살포' 정책을 쏟아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달 29일 "모든 신생아가 사회 초년생이 됐을 때 20년 적립형으로 1억원 지원"을 내놨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4일 "대학 진학을 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세계 여행비 1000만원을 지원해주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이낙연 전 총리도 5일 "제대할 때 3000만원 장만해 드렸으면 좋겠다"고 '현금구애 경쟁'에 끼어들었다.


이에 야당은 물론 여론도 "청년표를 돈으로 매수하나"라며 비판했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이 지사의 '세계 여행비 1000만원 지원'과 관련해 "이제 사탕발림 공약들의 단위가 기본이 1000만원대"라며 "어느 순간에 허경영씨를 초월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제발 국민의 세금으로 남의 인생을 뒤틀면서 선심쓰지 말아달라"고 지적했다.


여론의 타깃이 된 이재명 지사는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공약 발표나 정책 제안이 아니라 토론 자리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여론이 불리할 때마다 꺼내 쓰는 전매특허인 '언론탓'도 동원했다. 이 지사는 "이를 두고 일부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은 '세계여행 천만원 지원 공약'이라 호도하거나 '허경영 벤치마킹'이라며 비난의 소재로 삼고 있다"고 했다.


정작 청년층의 불만은 일회성 현금정책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다'는 무너진 공정의 사다리와 일자리 문제에 있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6~30일 청년 구직자 9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청년 일자리 인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은 구직 시장에서 불안(82.6%), 무기력(65.3%), 우울함(55.3%)을 호소했다. 청년 구직자 81.1%는 현재 체감하는 고용률을 "40%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일 발표한 '고용상태 간 노동이동 분석을 통한 실업률 분해' 보고서는 실업률 증가의 원인을 "비경제활동 인구나 실업자 등이 취업자로 전환되는 연결고리가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돈을 풀어 고용절벽을 틀어막고 있지만, 시장의 일자리 창출 동력을 살리지 못하면서 실업자의 취업자 전환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정치인들의 현금성 정책은 근본책이 될 수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조국의 영혼없는 사과 "그만큼 청년표 절실하다는 뜻"


여권이 청년 민심을 관통하는 문제로 뽑은 또 다른 키워드는 '공정'이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 '조국 사태'다. 애초에 조국 사태는 특권과 불공정에 대한 청년층의 실망과 분노가 본질이었지만, 여권과 친문지지층의 각색을 거치며 검찰개혁으로 둔갑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져왔다. 청년층에게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과나 위로도 없어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실제 여당 초선 의원 모임이 6일 개최한 '쓴소리 경청 20대에 듣는다' 간담회에선 "민주당은 조국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느냐. 짧은 사과도 어려우냐",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조국 사태, 윤미향 의원 문제 등을 거치면서 민주당을 향해 촛불을 들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한 참석자는 "인턴 비서라도 잡고 물어보라. 허위 인턴, 표창장으로 대학에 간 사람이 있는지"라고도 했다.


그동안 애써 외면하던 여권 내에서도 4.7보궐선거 참패 원인으로 청년들에게 앙금으로 남아 있는 '조국 사태'를 지목하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젊은층에 상처를 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조 전 장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다시 한번 사과한다. 전직 고위공직자로서 정무적·도의적 책임을 무제한으로 지겠다. 회초리를 더 맞겠다"고 밝혔다.


야당에선 조 전 장관의 사과를 두고 "진정성도 의지도 없는 사과"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걸 사과라고 하느냐. 민주당 사람들 아직 정신 못 차렸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이 뜬금없이 마지못해 사과한 건 그만큼 청년표가 절실하다는 뜻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랐다.


여권이 조국 사태의 본질을 인정하지 못하면서 청년층의 민심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국 사태에는 '정의의 상징'이던 진보 인사의 말과 행동이 다른 위선적 삶에 대한 청년층의 공분이 적지 않았다. 고교생이 의학논문 제1저자가 되고,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유급을 하고도 6차례 장학금을 받는 것 등에서 불거진 공정의 문제였고, 부모가 근무하는 대학교에서 자녀가 인턴을 하고 표창장을 받은 것 자체가 청년들의 눈높이에선 반칙과 특권이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보궐선거 참패 원인으로 조국이 거론되고 초선들이 조국 사태를 사과하고 국무총리 후보가 대신 사과하는 진풍경이 벌어지지만, 정작 본인은 말뿐인 유감 표명을 재탕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잘못한 게 없다는 뻔뻔함과 내로남불이 본래 조국스러운거지만, 진정성 없는 형식적 사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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