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역·창동·불광동 등 후보지 21곳 선정
“기존 조합 방식이 아닌 수용 방식, 주민 동의 얻기 힘들어”
“결국 소규모 사업지에서만 동의, 공급 효과 없어”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 도봉구 창동 준공업지역, 은평구 불광동 저층 빌라단지 등 21곳이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의 첫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 정부는 이들 지역에서 약 2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사태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주민 동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부터 지자체 등으로부터 총 341곳의 후보지를 접수받아, 이 중 서울 영등포·도봉·은평·금천 등 4개구가 접수한 후보지 109곳 중에서 기존 정비사업 구역 등을 빼고 62곳을 추려 검토한 결과 21곳을 최종 선정했다.
지역별로는 금천구 1곳, 도봉구 7곳, 영등포구 4곳, 은평구 9곳이며, 사업 유형별로는 저층주거지가 10곳으로 가장 많고 역세권은 9곳, 준공업지역은 2곳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신뢰를 잃은 공공에 주민들이 개발을 맡길지가 관건이라고 벌써부터 입을 모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기존 공공 재개발 같은 경우는 사업 방식 자체가 조합 방식으로 본인들이 재개발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사업이 진행된다”면서 “하지만 이 사업은 주민들의 동의가 먼저 갖춰지지 않고 지자체가 하면 좋겠다는 형태로 수용 방식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재산권을 다 넘기고 나서 나중에 받는 형태여서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공주도 사업 가운데 택지를 조성해 공급하는 방식도 굉장히 버거운데 도심 안에서 그 많은 수요자들의 동의를 얻기는 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으로서는 LH 투기 등으로 불거진 공공부문의 신뢰성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엄중한 처벌도 필요하겠지만, 사업 대상지의 주민들에게 가시적인 선례, 성공적인 시범사례 등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에 나온 지역들 가운데 영등포구와 같이 중심지역의 경우에는 도심 공공개발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앞으로 해당 지역들은 지자체 등과 협의를 통해 7월까지 세부 사업계획안을 수립한 후 소유주 동의 10%를 받아야 예정지구로 지정된다. 또 지정 이후 1년 이내에 토지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사업이 확정된다. 기간 내 동의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은 자동으로 취소된다.
송 대표는 “주민 동의를 10% 받는 곳이 몇 곳 나오겠지만, 사업 규모와 토지 면적이 적은 곳 위주일 가능성이 있다”며 “규모가 작아 개별적으로 사업하기 어려운 곳은 공공개발에 찬성한다는 동의율이 어느 정도 나올 수 있지만, 중심 지역에 면적이 넓고 세대수가 많이 나오는 곳은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렇게 되면 소규모 사업지에서만 주택 공급이 나오게 되는데 공급에 대한 효과가 클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