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유세 현장서 박영선 언급조차 사라져
문재인정권 실정 꼬집으며 '심판선거' 뚜렷이
오세훈 "이낙연 '통렬 반성한다'는데 뭘 반성?
문대통령 '잘못했다'고 사죄한 적이 있느냐"
여권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개인을 겨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야권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에 대해서는 언급 없이 후보 너머의 문재인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번 선거가 후보 간의 '투닥거림'이 아니라 '정권심판'이라는 성격을 분명히 해서 판세 '굳히기'에 들어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오세훈 후보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집중유세에서 "며칠 전부터 이낙연 대표와 민주당 분들이 '통렬히 반성하겠다'고 한다"며 "뭘 반성한다는 것이냐. 반성을 하면 뭘 반성한다고 해야 진심이 아니냐"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렇게 크게 잘못했으면 대통령이 나서서 '잘못했다'고 석고대죄를 해야 하는데 사죄한 적이 있느냐"며 "'우리 경제는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만 입버릇처럼 해왔다"고 문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오니까 화가 난 서울시민들께 일단 '잘못했다'고 말만 하고 표는 얻고보자는 것"이라며 "이 정부 정신 차리게 해야할 때 아니냐. 오세훈이 열심히 뛰어서 반드시 이 정권이 진심으로 반성하도록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이날 찬조연설에 나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일자리정부를 만들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일자리 전광판 크게 만들어서 그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자랑하지 않았느냐"며 "지금 그 전광판 어디 있느냐. 어디 갔느냐. 요즘 가까운 동네에서 물건 파는 사이트 있잖냐. 그 사이트에서 판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안 대표는 "지난해에 의사도 간호사도 전국에서 대구로 코로나19 자원봉사하러 오고, 나도 가서 의료봉사를 했는데 대통령은 뭐했느냐"며 "'코로나 막는데 일등공신은 의료인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간호사'라며 이간질하고 갈라치기 하지 않았느냐"고 역시 문 대통령을 질타했다.
나아가 "남은 선거는 내년 대선 뿐이다. 문재인정부 지난 4년을 심판할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이번에 심판하지 않으면 그냥 그동안 다 잘했는 줄 알고 넘어갈 것"이라고 주의를 환기했다.
안철수 "文 자랑하던 일자리 전광판 어디 갔나
의사·간호사 이간질, 대통령이 그래도 되느냐"
인물보다 '여야대결' 구도 '정권심판' 바람 부각
'朴, 문정부 부동산정책 잘못 시인'에 만족한듯
이처럼 야권이 유세 현장에서 문 대통령의 실정을 정조준하며 '십자포화'를 쏟아붓는 것은 재보선의 성격을 '박영선 대 오세훈'이 아닌 '야당의 여당에 대한 심판선거'로 규정하고자 하는 의도로 관측된다.
실제로 최근 오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는 상대 후보인 박 후보의 이름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후보가 사라지고 여야 단일후보 대결이라는 구도와 '정권심판'이라는 바람만 남으면, 인물을 겨냥한 네거티브 공세가 자연히 힘을 잃는 부가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박영선 후보를 보면서 사실 좀 안쓰럽더라. 박 후보가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해도 될 수가 없는 선거"라며 "같은 여성 정치인으로서 '그만 용쓰라' '네거티브하지 말라'고 한마디 한다. 내곡동 할아버지를 네거티브 해도 안 먹힌다"고 지적했다.
유세 현장은 물론 지난 29일의 MBC '백분토론'에서 박 후보 배우자의 도쿄 고급 맨션 보유 등 개인적 논란을 굳이 꺼내들지 않고, 이날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짧게만 언급하고 넘어간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박 후보 배우자의 도쿄 맨션 논란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에서 등기가 이전되지 않은 것을 이유로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하기로 하는 등 정치권 외곽에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으나 오 후보는 굳이 깊게 파고들어가지 않고 있다.
오 후보는 이날 집중유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정책 위주로 토론을 하고 싶었는데 (박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로)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날 토론에서 박 후보가 '문재인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시인한 것에 대해서는 "당연한 변화"라며 "서울시민들의 분노한 민심을 반영한 후보자로서의 당연한 입장의 변화"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후보보다 그 너머의 문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으니만큼 '문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잘못됐다'는 입장을 끌어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