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들불처럼 번진 스포츠 학폭, ‘전수조사는 오답’


입력 2021.02.22 19:30 수정 2021.02.22 21:39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이다영 SNS 글로 시작된 스포츠 학폭 논란

학폭 인정하는 순간 사실상 은퇴 수순

학폭 논란의 시발점이 된 이다영의 SNS 글. ⓒ 이다영 인스타그램

스포츠계를 뒤덮은 과거 학교 폭력(이하 학폭)이 종목을 막론하고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여자 프로배구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로부터 촉발된 학폭 논란의 불씨는 곧 남자배구로 옮겨 붙었고, 이제는 국내 스포츠계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KBO리그까지 덮친 양상이다.


학폭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악질' 범죄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10대 나이 때 주로 발생하다보니 피해자 입장에서는 트라우마를 평생 짊어지고 가야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게다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가해자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쌍둥이 자매의 피해자가 “괴롭히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라는 이다영의 SNS글을 보고 학폭 폭로를 결심한 것이 대표적이 예다.


우려스러운 것은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스포츠계 각 구단들은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은 물론 피해 호소인과 직접 연락을 취해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서고 있다. 또한 일부 구단들은 전수 조사를 통해 학폭의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한다.


학폭 논란의 불씨는 야구계로 옮겨 붙었다. ⓒ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전수 조사가 얼마나 효과적인 대처 방안인지는 물음표가 남는다. 현재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학폭은 가해자로 지목되는 순간, 사실상 현역 커리어 마감 수순으로 가는 모양새다. 이를 감수하고 죗값을 치르겠다는 선수는 제로에 가깝다.


이에 대해 KBO리그 한 구단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우리 구단 역시 학폭과 관련해 조사에 나서고 있지만 선수들이 먼저 고백할지 의문이다. 그들도 커리어가 끝난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에 하나 학폭 연루 선수가 나와도 문제다. 이와 관련된 규정도 없거니와 무엇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을지 모르겠다. 이는 KBO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다만 연루자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할 것만은 분명하다. 구단은 선수를 보호해야하지만, 이들이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논란의 시발점이었던 프로배구연맹(KOVO)이 가장 먼저 대처에 나섰다. 이제 학폭 전력을 가진 선수는 프로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없고, 입단 후 밝혀질 경우 제명의 절차를 밟게 된다. 다만 기존 연루 선수에 대해서는 프로 입단 전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쌍둥이 자매를 비롯한 OK 금융그룹 소속의 송명근, 심경섭은 연맹이 아닌 구단으로부터 각각 무기한 출장 정지, 잔여 시즌 출장 포기 등의 조치가 이뤄진 상황이다. 그리고 이후 불거진 선수들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