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석유제품 수출량 10.3% 감소…국내 소비량도 5.8%↓
항공유·자동차 연료유 수요 부진…올해 반등 여부 '관심'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정유사들의 실적이 모두 고꾸라졌다. 항공유 판매가 '반토막' 가까이 줄었고, 자동차 연료유마저 줄어들면서 정유사들은 5조원대 손실을 봤다.
올해 코로나19 영향력 소멸로 석유제품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정유업계가 다시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수출량은 4억6852만9000배럴(bbl)로 집계됐다. 전년 5억2209만9000배럴 보다 10.3% 줄어든 수치다.
특히 항공유 수출량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이동제한 조치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항공유 비중은 전체 석유제품 수출에서 17.6%를 차지한다.
올해 1분기 월 평균 899만3000배럴이던 항공유 수출은 4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서며 11월엔 354만6000배럴로 급감했다. 지난해 항공유 수출량은 8224만8000배럴로 전년 보다 28.4% 감소했다.
자동차 연료로 주로 쓰이는 휘발유(가솔린) 역시 코로나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1분기 월 평균 788만8000배럴이던 휘발유 수출량은 4월부터 급격히 감소하며 5월엔 365만1000배럴로 떨어졌다.
6월엔 반등에 성공했으나 이후 11월까지 500만~600만 배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2월에는 이 보다 소폭 증가한 760만 배럴을 기록했다. 작년 휘발유 전체 수출량은 7414만7000배럴로 전년 보다 15.6% 감소했다. 휘발유 비중은 15.8%다.
다만 수출 비중이 높은 경유(디젤) 판매가 다소 늘어나며 수출 감소폭 급락을 막았다. 작년 경유 수출량은 2억9만9000배럴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경유가 전체 석유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2.7%다. LPG 역시 전년 보다 4.1% 늘어난 604만4000배럴을 기록했다.
국내 소비량의 경우 휘발유, 경유 등 코로나 영향으로 대부분의 제품 소비가 줄었으나 감소폭은 약 5%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작년 석유제품 국내 소비량은 8억7807만9000배럴로 전년 9억3194만6000배럴 보다 5.8% 줄었다. 항공유의 국내 소비가 현저히 줄었지만 석유제품 수요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연료유 수요가 견조했다.
실제 항공유의 지난해 국내 소비량은 2173만배럴로 전년 보다 44.0% 급감했다. 항공유는 올해 1·2월엔 월 평균 310만1000배럴의 판매량을 나타냈지만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4월엔 73만배럴로 고꾸라졌다. 5월부터 회복세로 전환됐으나 12월까지 200만배럴을 넘지 못했다.
휘발유, 경유도 내수 물량이 줄었지만 항공유만큼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
작년 휘발유 소비량은 8095만1000배럴로 전년 보다 2.2% 줄었고 경유는 4.6% 적은 1억6384만 배럴을 나타냈다. 휘발유 비중은 전체 내수 석유제품 판매에서 9.2%를, 경유는 18.7%를 각각 차지한다.
LPG의 경우 오히려 지난해 보다 국내 소비가 0.2% 소폭 증가했다. LPG 비중은 13.9%로, 지난해 1억2239만8000배럴이 판매됐다.
국내 소비가 선방했음에도 불구, 수출을 포함해 전체 수요가 떨어진 탓에 정제마진 역시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최근 정제마진은 '1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며 정체기가 지속되고 있다. 2월 첫째주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9달러로 8주째 1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가격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현재 수준의 정제마진으로는 팔수록 손해가 생긴다.
석유제품 수요 부진에 정제마진 하락으로 손실을 본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해 5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정유사들은 석유제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배터리, 모빌리티 사업 등 등 '탈석유'를 위한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GS칼텍스는 모빌리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 현대케미칼을 통해 원유 정제부산물을 활용해 석유화학제품 생산성을 높이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장악을 위해 공격적으로 설비 신·증설을 단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