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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메모리즈⑭] ‘아궁이’ 이전부터 키운 꿈, 아나에서 배우로 김경화


입력 2021.01.29 14:47 수정 2021.01.29 16:24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출발선에 도착, 배우 김경화 ⓒ이하 이엘라이즈 제공

김경화를 처음 본 건 MBN 예능 ‘아궁이’에서였다. 2016년으로 기억한다, 이듬해 종영이 되면서 격주마다 보던 만남이 그쳤다. 당시 김경화를 떠올리면 언제나 밝은 얼굴, 인사 잘하는 사람, 뭐든 열심인 사람이다.


김경화는 몇 가지 오해를 종종 받는다. 해맑은 웃음과 구김살 없는 성격에 순수를 넘어 순진으로 생각하다 못해 약간 ‘맹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IQ 150 멘사에 들 수 있을 만큼 지능이 높고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나와 지상파 방송사 시험에 단번에 합격했다. 프로그램 진행하는 걸 곁에서 보면 센스 좋고 머리도 좋다.


또 하나의 오해는 SNS에 올라오는 날씬, 늘씬한 사진들 속에 또 다이어트를 걱정하는 글들 속에 지나치게 몸매에 치중하는 사람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필자도 처음엔 그렇게 오해했다. 끝없이 운동하는 이유를 듣게 된 건 종영에 즈음에 열린 회식 자리였다. 그것도 회식이 끝나고 생골뱅이를 파는 음식점 앞에 서서 헤어지기 아쉬워 삼삼오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눌 때였다. “어쩜 그렇게 운동을 열심히 해요? 안 그래도 날씬한데”라고 묻자 뜻하지 않은 얘기를 꺼냈다.


사뭇 진지한 배우 김경화.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 촬영현장 ⓒ

“어릴 때부터 연기에 마음이 갔어요. 아나운서로 방송인으로 늘 그 언저리에 있지만 전혀 다른 직업이고,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해 아쉬움이 늘 마음에 있어요. 많은 분이 연기하기엔 늦었다고 하시는데, 이대로 도전도 하지 않고 접기보다는 우선은 계속 준비해 나가려고요. 운동도 그중 하나예요. 배우는 몸 쓰는 직업이고 근육에서 에너지가 나오니까, 또 제 의지대로 몸을 쓰자면 유연성도 중요하고요. 연기 수업 꾸준히 받고 있어요. 저만 준비가 돼 있으면 기회가 올 때 잡을 수 있다, 생각하며 열심히 하고 있어요.”


얘기를 들으며 걱정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배우로 전향한 사람 가운데 배우로 자리매김한 이가 흔치 않다. 그렇다고 일반론으로 부정적 의견을 내놓을 수도 없는 법.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당장 확인할 수는 없지만, 진지한 태도로 성실하게 준비 중이라는 것에서 응원의 마음이 생겼다. 무엇을 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고, 무엇보다 매사 얼마나 열정적으로, 성실하게 임하는 사람인지 알기에 더욱 그랬다.


한결 자연스러운 모습.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 촬영현장 ⓒ

‘배우의 꿈’을 듣고 헤어진 지 5년 차,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사이 종종 연기 수업받는 얘기, 연극이나 영화 쪽을 두드려 보는 노력, 중단없는 배우를 향한 행로를 안부 인사로 들어오던 끝에 드디어 작품 이름이 나왔다.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이었다. 코믹연기를 하며 연기력 논란을 날려버린, 코믹연기 되고 액션 되는 주연급 스타로는 거의 유일하다 할 만한 권상우(박태용 역)-배성우 대신 들어가 극과 캐릭터 분위기 이어가려던 게 뜻하지 않게 새로운 연기 날개를 달게 된 정우성(박삼수 역)의 활약이 큰 드라마. 드라마 막바지에 어떤 역인가 궁금해했더니 박태용과 박삼수가 그리 잡아넣고 싶어 하던 김형춘(김갑수 분)의 딸, 법학전문대학원장 김미영이 맡겨졌다.


응원하는 마음이 커서일까. 드라마를 보는데 마음이 조리고 언제 나오나 안절부절. 마치 아가의 걸음마를 불안 불안해하면서도 두 손 모으고 지켜보는 심정이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엄청난 카리스마의 연기력을 보여 준 건 결코 아니다. 그래도 배우 김경화로의 성장에 몇 가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연기였다.


김미영으로 분한 김경화. 이런 표정이 그에게 있었던가 ⓒ

첫째는 극 말미에 투입됐음에도 드라마 전반의 흐름에 물 흐르듯 어울리는 어조와 분위기를 이어가는 연기를 했다. 둘째는 법학대학원장이어서 녹록지 않게 보이지 않으면서도 이유경(김주현 분)에게 불법으로 승은재단에 취업한 인물 리스트를 내주는 의외의 허술함을 동시에 보여 줘야 하는 ‘기능’이 맡겨졌는데, 잘 소화했다. 고급스럽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의상 등 분장, 도도한 분위기 연기로 전문성을 표현하면서도 “혼자 죽지는 않겠다”는 단순 논리와 살짝 코믹한 표정 연기로 설득력 있게 박태용 측을 도왔다. 일종의 내부고발자 역할인데, 과장하지 않고 기대된 역할과 기능에 ‘알맞게’ 연기했다.


가장 큰 미덕은 신인 연기자가 하기 쉬운 오류, 혼자 튀지 않았다. 배우의 중요한 덕목인 ‘조절력’을 보여 줬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다음 기회가 다시 주어지길 바라며 일명 ‘신 스틸러’를 자처하지 않았다. 늦게, 짧게 투입됐어도 카메오가 아니라 정식 출연자 중 한 명의 연기를 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정극 연기’의 출발점을 보았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거두는 노력, 배우 김경화 ⓒ

아나운서가 배우로 대중의 인식에 ‘리셋’(reset, 재설정) 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무게감과 책임감 있는 아나운서에서 다채로운 중량과 이미지의 방송인으로 변모할 때의 100배 이상 힘든 길이다. 그러함에도 마음속 깊이 품었던 꿈을 쉽지 않게 꺼냈고, 부단히 노력해 온 만큼 정진하기를 바란다. 이제는 적어도 꿈이 아니라 현실의 출발선에 섰다. 시작이 반이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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