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일 짧은 생마저 절반은 입양부모의 학대와 방임 속에 삶을 마감한 정인이에 대한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묘소에 남겨진 한 할머니의 추모시(詩)가 감동을 주고 있다.
2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인이 묘에 어느 할머니가 남긴 편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심현옥 할머니가 정인이의 묘소에 두고 간 추모시가 담겼다.
'정인이의 설빔 때때 옷'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시 형식의 글에는 "아가야 할머니가 미안해. 한 번도 소리내어 울어보지 못했을 공포 속에 온몸 다디미질을 당했구나"라고 했다.
이어 "췌장이 터지고 뼈가 부서지도록 아가야 어찌 견디었느냐. 미안하구나 미안하구나. 푸른하늘 한조각 도려내어 내 손녀 설빔 한 벌 지어줄게"라고 했다.
심 할머니는 "구름 한줌 떠다가 모자로 만들고 정인이 눈을 닮은 초승달 꽃신 만들어 새벽별 따다가 호롱불 밝혀주리니 손 시려 발 시려 온 몸이 얼었구나"라는 문장을 담았다.
그러면서 "할머니 품에 언 몸 녹으면 따뜻한 죽 한 그릇 먹고 가거라 걸어서 저 별까지 가려면 밤새 지은 할미 천사 옷 입고 가야지"라고 적었다.
그는 "천사들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제 정인이 왔어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거라 부서진 몸 몰라볼 수 있으니 아가야! 너를 보낸 이 핼미는 눈물에 밥을 말았다"고 썼다.
이 시민은 편지 말미에 '지난 17일 과천에서 할머니가'라고 덧붙였다.
지금은 많은 조문객이 찾는 경기도 양평군 안데르센 공원묘원은 사건이 알려지기 전만 해도 앙상한 나뭇가지와 '안율하'라는 이름이 적힌 비석, 관리가 안 돼 시들어버린 꽃이 심어진 작은 화분, 생전 정인이가 웃고 있는 사진이 담긴 액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액자는 물에 젖은 채 방치돼 있어 정인이의 마지막 길이라고 하기에는 그 모습이 쓸쓸하다 못해 초라했다. 정인이가 잠든 묘지는 무료 장지였으며, 양부모가 정인이의 마지막 길에 들인 비용은 다이소 액자 구매에 쓴 3000원이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