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8일 공영방송 MBC가 월성원전 인근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유출됐다고 보도한 뒤 여당이 이를 근거로 감사원을 추궁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력 전문가들에 의하면 삼중수소가 유출됐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낭설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삼중수소 위험성 또한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지역민들 우려를 불러일으켜 탈원전 수사에 제동을 걸기 위해 언론을 동원한 것 아니냐는 '정언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물밑으로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검찰 소환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데일리안은 '월성원전 괴담'의 사실관계를 짚어봤다.
[팩트체크] 방사능이 누출됐다고?…'명백한 오보'
포항·안동 MBC는 "한국수력원자력 자체 조사 결과 월성원전 부지 내 10여 곳의 지하수에서 많게는 리터당 71만3000베크렐, 관리 기준의 18배에 이르는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며 "삼중수소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에 대량 함유된 방사성 물질로 유전자 변이를 초래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한수원 문의 결과, 71만3000베크렐은 지역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원전 주변 지역이 아닌 원전 건물 내부에서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도에서 18배에 달했다는 관리 기준(4만 베크렐) 역시 부지 바깥으로 내보내는 배출 기준을 말하는 것으로, 실제 한수원은 배출 기준을 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일부 보도에서 71만3000베크렐이 검출됐다는 내용은 주변 지역이 아닌 원전 건물 내 특정 지점에서 일시적으로 검출된 것"이라며 "외부로 배출하는 기준이 4만 베크렐인데 실제로는 배출치 기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배출하고 있으며 배출 기준치를 넘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팩트체크] "누출되더라도 전복 1마리 3분의 1 수준"
MBC 보도 뒤 환경·시민운동 진영은 물론 더불어민주당까지 합세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이 위험하다"며 군불을 때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지하수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1년 넘게 월성원전을 감사해놓고 사상 초유의 방사성 물질 유출을 확인하지 못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감사원에 공세를 펴고 있다.
이같은 여당 주장과 달리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유출되지도 않았지만, 만약 지하수를 타고 유출이 되더라도 인체에 해를 가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 원자력·양자공학 권위자인 정용훈 카이스트(KAIST) 교수는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전복 한 마리에 200만 베크렐이 들어있다"며 "또한 흉부 엑스레이 1회 촬영 시 피폭량은 500만 베크렐을 섭취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음용수로 적절치 않지만 리터당 71만 베크렐의 물은 전복의 3분의 1 수준으로 만약 마셨더라도 인체에 해를 입힐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성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커피가루 1kg당 방사능은 삼중수소 30만 베크렐에 해당한다"며 "월성원전 주변지역에 삼중수소가 누출됐다며 법석을 피우는 것은 연한 아메리카노 커피를 흘렸다고 난리를 피우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삼중수소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인 셈이다.
[팩트체크] 2년 전 보도된 내용 왜 이제와서…원안위에도 보고 완료
눈여겨볼 점은 MBC 보도 이후 지방지, 인터넷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에 나선 반면 중앙일간지들은 보수와 진보계열 모두 보도에 신중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사실이다.
확인 결과, 이번 월성원전 삼중수소 검출 시점은 2019년 4월이며, 이미 2019년 12월 한 진보매체에 한 차례 보도됐던 내용으로 확인됐다.
당사자인 한수원마저 이번 보도에 의아해하고 있는 분위기다. 삼중수소 등 방사성물질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관리하고 있는 데다 원자력안전위원회까지 보고된 내용으로 위법한 요소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제작년 12월 이미 한 진보매체에서 보도됐던 내용으로 별다른 파급효과가 없었다"며 "당시에도 한수원은 부지 내 삼중수소 검출을 은폐하지 않았고 원안위 등 정부기관에까지 다 보고를 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팩트체크] 이 시점 왜 보도됐나…옥좨오는 월성1호기 수사 때문?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관련 검찰이 전방위적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가스공사 사장)의 검찰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성원전 방사선 검출 의혹이 이 시점 보도된 것은 이를 무마하기 위한 물타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지난주까지 한국수력원자력 전·현직 임직원 소환 조사를 마무리 했다. 본보 취재 결과 '월성1호기 정부정책 이행방안 검토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던 퇴직 본부장까지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내달 인사가 예고된 만큼 빠르면 금주부터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을 불러 '윗선 개입 의혹'을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MBC 보도가 나간 뒤 여당이 곧바로 감사원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점은 이같은 의혹을 강화시키고 있다.
[팩트체크] 신고리5·6호기 소송도 패소…설 자리 잃는 탈원전
공교롭게도 이 무렵은 법원까지 탈원전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선 시점이다. 국제환경단체와 원전 지역 주민들이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취소해야 한다며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지만 패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판사 이원형)는 그린피스와 시민 559명이 원안위를 상대로 제기한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허가 처분 취소 청구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신고리 5·6호기는 2016년 6월 원안위의 허가를 받아 건설에 착수했으나 그린피스와 지역 주민들은 "원자력안전법에서 요구하는 안전성과 절차적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며 2016년 9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건설을 취소할 경우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 공사 중단 그 자체로도 약 1조원이 넘는 손실에 다양한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손실이 매우 크고 전력설비예비율이 일정기간 적정수준에 미달할 가능성도 있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수급의 위기와 사회적 손실을 낳을 수 있는 상황의 심각성을 법원이 직접 인정한 사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