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신년인사회서 "경제반등 핵심은 기업"
"과감한 투자, 일자리 창출, 경영 투혼 부탁"
"반기업 정책 추진한 정부 행태와 모순" 비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리 기업에 '이중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산업계가 극심한 경영난에 빠진 상황에 기업을 옥죄는 정책을 줄줄이 추진해놓고선 한편으론 "제 몫을 제대로 해내 달라"고 주문에 나섰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경제계 신년 인사회 덕담에서 "경제 반등과 도약을 이루기 위한 핵심 중심추는 무엇보다 기업"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과감한 투자,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경영 투혼을 다시 한 번 요청드린다"며 당부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반기업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정부 행태와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이날 같은 자리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더욱 빨라진 글로벌 산업 변화 속에서 우리만 감당 못할 수준까지 뒤처지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해 정부와 인식차가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박 회장은 "정치와 경제 이슈를 명확히 구분해서 접근해야 경제 입법 과정들이 정치 일정에 매몰되지 않게 대처가 가능할 것"이라며 뼈있는 발언을 했다. 이러한 발언은 지난해 경제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국 기업규제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처리가 임박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여당이 중점 추진한 기업규제3법은 역대 최고 수준 기업 환경을 옥죄는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의결권 행사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 대해 개별 3%를 인정하기로 했지만 외국계 펀드나 경쟁세력들이 지분 쪼개기 등으로 20% 이상 의결권을 확보 가능한 상황에서는 기업들의 방어권은 사실상 무력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법안에 보완대책이 필요하고 코로나가 확산되는 상황을 감안해 기업규제3법 시행을 늦춰달라는 기업의 요구도 외면받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법 시행을 1년 이상 유예해달라"고 목놓아 호소했지만 결국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됐다.
얼마 안돼 악재가 또 겹쳤다. 노동자 사망 등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기업과 경영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추진돼서다. 공교롭게도 홍남기 부총리가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7일 중대재해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의결됐고 오늘(8일) 오전 전체회의까지 통과됐다.
중대재해법에는 하청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는데 원청만 처벌받거나, 중대재해 발생 시 전문성 있는 근로감독관 대신 경찰이 수사하는 등 기업경영에 실질적으로 손실과 피해를 안길 수 있는 내용이 대거 담겼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수주가 큰 폭 감소하고 생산기지를 해외이전하는 등 각종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가 깊다.
전경련과 경총 등 경제단체들은 중대재해법 처리와 관련해 자신들의 의견이 무시됐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경총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중대재해법 제정을 정치적 고려만을 우선시하면서 그간 경영계가 요청한 핵심사항이 대부분 반영되지 않은 채 의결한데 대해 경영계는 유감스럽고 참담함과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최고의 처벌규정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과 형법상의 과잉금지원칙과 책임주의 원칙에도 위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