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관, 올해 글로벌 석유수요 6.2% 증가 전망
코로나 충격서 벗어나며 수요 회복·정제마진 개선 기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에만 5조원대 적자를 본 정유업계가 올해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부진했던 수출·내수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개선 흐름이 예상 보다 더뎌질 수 있는 만큼 2019년 수준까지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5일 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작년 '무더기' 적자를 기록했던 정유사들은 코로나19 기저효과로 올해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다.
실제 글로벌 전망기관들은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가 지난해 보다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올해 석유수요가 배럴당 9710만달러로 지난해 보다 6.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 정보기관인 플래츠도 올해 석유수요가 배럴당 9980만달러를 기록, 전년 보다 6.4%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 같은 수치는 2019년 석유수요 1억190만배럴을 하회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돼 석유제품 수요가 부진하겠지만 백신 접종 등으로 코로나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내수·수출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진단했다.
산업연구원은 2021년 전망 자료를 통해 정유산업은 올해 17.6%의 높은 수출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저유가와 수송부문 수요 회복이 더뎌 2019년 수준까지의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봤다.
내수 역시 수송용 및 석유화학 수요 회복세로 3.6%의 증가율을 나타내며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 제품 수요 회복은 지지부진했던 정제마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월 첫째주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8달러로 전주 보다 0.5달러 상승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가격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현재 수준의 정제마진으로는 팔수록 손해가 생기는 구조다.
다만 글로벌 경기 정상화로 부진했던 디젤/항공유 등의 마진이 개선될 경우 정제마진도 BEP 이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연간 정제마진을 6.6달러로 제시했다.
BNK투자증권도 "1~2월 등/경유 중심의 마진 개선과 3월 이후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올해 시황이 개선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작년에만 5조원대의 적자를 본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올해 영업이익이 개선되거나 적자폭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해에만 2조원대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석유화학 및 윤활유 사업 등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정유사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탓이다. 에쓰오일 역시 코로나 여파 등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지난해 1조원대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정유사들은 정제 공장 가동률을 최저치로 낮추는 대신 '비정유' 부문 사업 재편으로 손실폭을 줄이는 데 주력해왔다.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 현대케미칼을 통해 원유 정제부산물을 활용해 석유화학제품 생산성을 높이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HPC는 원유 정제부산물을 활용해 석유화학제품 생산성을 높이는 설비로 올해 상반기 완공 시 에틸렌 75만t, 프로필렌 40만t, PE(폴리에틸렌) 85만t, PP(폴리프로필렌) 50만t, BD(부타디엔) 15만t의 생산능력을 확충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수요 확대에 힘입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설비 신·증설을 단행중이며 GS칼텍스는 전기차 충전·셰어링 등 모빌리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반적으로 정유 사업 부문에서 실적이 회복되고 비정유 사업에서도 올해 성과가 가시화될 경우 흑자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코로나 장기화 및 저유가 기조는 정유사 실적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석유제품 수요 회복이 정제마진 개선을 이끌게 될 것"이라며 "팬데믹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실질적인 회복은 올 하반기부터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