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6차교섭 합의 가능성 불투명…집행부 "사측조건 단호히 거부"
'불통' 강성 집행부에 지친 조합원들…'새노조 결성' 시도 가능성
현대중공업 노사가 1년 8개월여간 벌여온 임금협상이 거듭 불발되면서 결국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강성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현대로보틱스에 이어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도 금속노조 결별 움직임이 가시화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노사는 이날 6차 교섭에 나서지만 합의 가능성은 불투명해 보인다. 전날 현대중공업지부 중앙쟁의대책위원회는 5차 교섭회의서 사측이 내놓은 조건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내용의 소식지를 배포하는 등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모양새다.
쟁대위는 "노조 존립마저 부정하는 이해 못할 조건을 다는 사측의 입장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합원은 제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실망감에 생산현장은 쑥대밭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합원들을 실컷 부려먹고 생색만 내며 소모품 취급하는 경영진을 향한 분노가 들끓고 있다"며 "사측은 연내 타결을 기대했던 조합원들에게 허탈감만 안겼다"고 주장했다.
앞서 양측은 지난해 5월 임단협 상견례 이후 70여차례가 넘는 교섭을 벌였지만 여전히 교착상태에 머물러 있다.
집행부는 지난해 회사 법인분할 과정에서 빚어진 해고자 복직, 파업자 징계·고소고발 문제를 임협과 연계해 협상을 진행하려는 반면, 회사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탓이다.
협상이 장기간 교착상태를 이어가면서 다른 계열사 노조들이 새노조를 결성하고 임금협상을 완전 타결한 현대로보틱스의 전례를 따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대중공업그룹은 '4사 1노조' 체계 때문에 한 사업장이라도 임금 교섭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나머지 사업장도 교섭을 끝낼 수 없다. 모든 사업장이 합의될 때까지 무작정 대기해야 하는 것이다.
협상이 거듭 지연되자 현대로보틱스 조합원들은 지난 6월 현대중공업지부와 결별하고 새로운 노조를 출범했다. 조합원 130명으로 대표노조 자격을 얻은 새노조는 세달 만에 단체교섭 성공해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지부 내부에서는 집행부가 무분별한 강성노선을 철회하고 현안과 임금협상을 분리 접근해 협상을 타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의 새노조 결성 시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현대중공업지부 게시판에는 "타결하자, 연말에 돈 좀 만지고 싶다 너무한 것 아니냐", "타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복수노조 더 생기겠다" 등 집행부의 강경노선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협상이 미뤄질 수록 조합원 개개인도 성과금 지불 지연 등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강성노조에 대한 피로감과 불만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