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평균 부채 8256만원…집값 급등에 주식까지 '패닉바잉'
채무상환 능력 악화되면 실물경제 위기로 이어지는 뇌관 '우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급증하서면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특히 '빚투‧영끌' 열풍으로 소득 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2배 이상 빨랐다. 이는 너도나도 돈을 빌려 주식·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이례적 투자열기가 빚어낸 결과라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가구당 평균 부채는 8256만원으로 작년보다 4.4% 증가하며 처음으로 8000만원을 넘었다. 가구주가 30대인 가구의 평균 부채는 1억82만원으로 50대(9915만원)를 앞질렀다.
이는 부동산 가격 폭등과 주시시장 호황에 동요한 30대들이 빚을 내 투자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가구주 연령대별로 30대 가구의 부채 증가율은 12.2%로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30대 부채 증가율은 50대(6.4%)와 40대(6.0%)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가구당 평균소득은 전년 대비 96만원(1.7%) 오른 5924만원으로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은 소득 증가율을 기록했다. 소득에서 비처분소득을 뺀 처분가능소득(4818만원)은 1.9%(89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빚이 증가하는 속도가 소득 보다 2.3배 가량 빠른 셈이다.
급격하게 늘어난 가계부채는 코로나19 여파와 맞물려 국가 경제 시스템을 위협하는 경고음으로 울리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우리나라 민간 부문 빚 위험도를 11년 만에 '주의'에서 '경보'로 끌어올렸다.
국제금융협회(IIF)가 발표한 '글로벌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00.6%로 가계부채가 GDP 규모를 초과했다. 이는 한 해 버는 국민소득을 다 합쳐도 빚을 못 갚는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이달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 등 정책대응으로 금융시장 불안은 대체로 진정되었으나 코로나19 전개 양상에 따라 금융불안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선 부동산 정책을 비롯한 정부의 정책 실패가 '패닉바잉'에 불을 질러 부채 폭증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향후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낮추지 못하면 실질소비여력을 위축시켜 경기회복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아니라 채무상환능력까지 악화돼 금융 부문의 신용경색에 이어 실물경제로까지 위기가 옮겨가는 뇌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 언제 경제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지 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주일(12.12∼18)간 일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934.4명이다. 미 존스홉킨스 대학 통계에 따르면, 17일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701만1532명으로 처음으로 1700만명을 넘어섰고, 전 세계 확진자는 7446만7555명에 달했다.
경제부처 내에서도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5일 '한국국제금융학회 동계 정책세미나'에서 "과잉 유동성 해소와 자산 불균형 해소 등에 대한 선제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부채 증가 속도에 비해 채무상환능력 개선이 더디게 진행되는 경우 실물경제는 물론 금융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