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코스피 상승에도 현대에너지·신성이엔지 등 차익매물에 조정거쳐
탄소세 도입에 이틀 연속 급반등…"新계약·정책효과로 추가상승 가능"
최근 국내증시의 역대급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신재생에너지주가 반등에 나섰다. 정부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용량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세' 도입을 추진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증권가에선 태양광과 풍력업체들의 잇단 대규모 공급계약 및 실적 상승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만큼 이번 반등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시장에서 해상풍력발전 기업인 씨에스윈드는 전 거래일 대비 5500원(3.99%) 상승한 14만3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9일 11.29% 급등한 이후 2거래일 연속 상승이다. 같은 날 씨에스베어링은 전일보다 200원(0.64%) 오른 3만1600원에, 세진중공업은 200원(3.08%) 뛴 6700원에 장을 마쳤다. 각각 9일 5.55%, 2.85%씩 오른 뒤 2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태양광 관련주인 현대에너지솔루션(0.93%), 대성파인텍(0.99%) 등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주가는 최근 국내증시가 급등하는 와중에도 한 주 넘게 조정을 받았다. 코스피지수가 지난 달 30일 2591.34에서 이달 4일 2731.45로 5.4% 상승하는 동안, 씨에스윈드 주가는 12만8000원에서 12만원으로 6.3% 감소했다. 씨에스윈드는 이 기간 동안 무려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같은 기간 현대에너지솔루션 주가도 3만9400원에서 3만6900원으로 6.3% 떨어졌다. 이달 2일부터 4일까지 3거래일 연속 약세를 기록한 부분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외에 신성이엔지(-5.8%), 한화솔루션(-5.5%), 씨에스베어링(-3.6%), 세진중공업(-3.2%) 등 종목들도 하락장을 경험했다. 이 가운데 한화솔루션은 6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신성이엔지는 5거래일 연속 약세를 나타냈다.
증권가에선 이들 종목이 조정을 받은 이유로 상승장에서 등장한 차익실현 매물을 꼽았다.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으로 인해 주가 가치가 급격히 오르자 이를 차익을 실현코자 하는 투자자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외국인과 기관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씨에스윈드를 222억4000만원 규모로 한화솔루션과 현대에너지솔루션은 각각 1060억2300만원, 31억700만원씩 매도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수혜로 기대 이상의 호황을 누린 한화솔루션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업체의 주가는 실제 실적 상승보다 더 높게 치솟았다"며 "이에 주가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이 등장하자 향후 방향성에 보수적인 접근을 한 투자자가 매도에 나서면서 일정기간 조정을 받는 흐름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약세를 보이던 주가가 반등한 건 정부가 탄소와 관련한 세제를 강화하겠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다. 기획재정부와 환경부 등 5개 부처는 7일 합동으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탄소세, 탄소부담금,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가격 체계를 재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탄소세의 도입이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월3일 총 73조4000억원을 투입해 2025년까지 태양광·풍력 합산 발전용량을 지난해 말 12.7GW에서 2025년 42.7GW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데다 탄소세 도입으로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각 업체들이 체결한 대규모 계약으로 인한 실적 상승 가능성도 향후 주가를 높이는 재료다. 신성이앤지는 새만금에 73MW 규모의 수상 태양광 사업에 모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내년에 73.4% 늘어난 37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씨에스윈드는 지난달 20일 3504억원의 유상증자와 함께 미국 북동부 해안에 해상풍력 타워공장을 신설하고 중부지역에는 육상풍력 타워공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내년에 씨에스윈드가 올해의 650억원을 26.4% 상회하는 810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상풍력 기업들은 뚜렷한 탄소배출 제로 정책 등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해상풍력에 대한 높은 관심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해상풍력 업체의 실적과 주가가 중장기에 걸쳐 지속 가능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요 국가에서 친환경정책 목표가 현실화되면서 태양광모듈 수요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내년부터 태양광 업체들이 효율성이 개선된 신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하면 영업이익과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