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與 입법 독주 대놓고 힘 실어 비판
靑 "법안 처리 끝난 다음 추가 입장 내놓겠다"
청와대가 8일 더불어민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와 관련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당의 입법 독주에 대놓고 힘을 실으면서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이 주목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법 개정안 국회 통과 과정에서 청와대 입장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제(7일) 충분히 대통령께서 말씀이 있었다"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에 입각해서 우리 정부는 과거처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이 없도록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개혁을 추진해 왔고, 이제 제도적 개혁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의 법률안 통과 절차나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오늘은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며 "추가적으로 입장을 내놓을 것이 있을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지만 내놓더라도 국회의 법안 처리가 끝난 다음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권력기관의 제도적 개혁을 드디어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들의 권한을 분산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혁 입법이 반드시 통과되고,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가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을 두고 정기국회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완료하고, 공수처를 연내에 출범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했다.
이를 방증하듯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당부 직후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절차에 재빠르게 돌입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립 의결' 방식으로 7분 만에 이를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야당은 이에 대해 "여당이 무법 폭주 기관차로 치달았다"고 비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민주당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공수부대 작전같이 삼권분립을 유린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