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요구불예금 잔액 529조…7월 이후 올 들어 두 번째 감소
NIM 추가 하락 불가피…“급여이체 통장 유치 등 영업력 강화”
집값 상승과 공모주 청약 등 가계의 소비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이 한달 새 3조원 가까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요구불예금과 같은 저원가성 예금을 통해 자금을 끌어들이면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순이자마진(NIM)을 방어해온 은행 입장에서는 비상이 걸린 셈이다. 이에 은행들은 급여계좌 개설, 포인트 제공 등 각종 이벤트를 마련하며 고객 이탈 막기에 안감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요구불예금 잔액은 529조7283억원으로 전월(552조5864억원) 대비 2조8581억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 잔액이 줄어든 것은 지난 7월 이후 올 들어 두 번째다. 1월 454조2766억원에서 6월 534조1766억원까지 꾸준히 늘어나더니 7월 523조3725억원으로 줄었다. 이후 8월부터 불어나는 듯 했으나 10월 또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이 9월 118조9304억원에서 10월 117조827억원으로 1조8477억원 쪼그라들면서 이들 은행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104조7978억원에서 104조1090억원으로 6888억원 감소했고 KB국민은행도 146조5791억원에서 146조746억원으로 5045억원 줄었다. 하나은행 역시 0.57% 하락했다.
다만 NH농협은행의 경우 115조1401억원에서 115조7099억원으로 6000억원 가까이 늘며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의 요구불예금 잔액이 줄어든 이유는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의 공모주 청약 열풍으로 대기성 자금이 빠져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과 가을 이사철 등의 수요가 맞물리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2020년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월간 주택종합(아파트·단독·다가구·다세대주택 등) 전셋값은 0.47% 올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전국 전셋값 상승률(0.09%)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전세매물이 줄어들면서 전셋값이 큰 폭 상승하자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101조68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9월(99조1623억원) 대비 2조5205억원 늘어나면서 2016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여기에다 연말 배당을 노리고 배당주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도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요구불예금은 아무 때나 돈을 넣고 뺄 수 있으며, 금리가 0.1% 수준으로 거의 없다. 은행 입장에서는 조달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잔액이 많을수록 이자수익을 올리기 쉽다. 실제 은행들은 올 상반기 요구불예금이 꾸준히 늘어난 덕에 어느 정도 NIM을 방어했다.
이에 은행들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이달 말까지 사회초년생을 위한 대표 급여통장 상품인 ‘첫급여 우리통장’으로 50만원 이상의 급여를 처음 받는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최대 500만원의 현금 보너스를 제공한다. 또 신규 가입 고객에게는 스타벅스 모바일 커피교환을 선착순으로 제공한다.
NH농협은행도 올해 말까지 11번가와 SK 페이(Pay) 홈페이지에 등재된 NH링크 QR코드를 통해 ‘NH페이모아통장’을 신규 가입하고 SK 페이 결제계좌로 등록한 고객에게 SK 페이 1만5천 포인트를 제공한다. 이 상품은 SK 페이를 포함한 20개 주요 간편결제의 결제(충전) 합산 실적에 따라 100만원 한도 내에서 최고 연 1.5%의 금리를 제공하는 입출식 상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NIM 추가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요구불예금 확대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중소기업, 신규 고객 등을 중심으로 저원가성 예금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