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안철수에 대해 계속해서 '회의적 시각'
安, 金 통해서는 원하는 방향 끌어내기 어려워
국민의힘 원내외 돌면서 '야권재편' 불지필 듯
'외곽 때리기' 이어지면 비대위에 부담될 수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축을 이루는 의원연구모임의 특강에서 '김종인 비대위'의 성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야권재편'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계속해서 넓히는 것을 놓고, 자신에 대한 회의감을 갖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의 '톱다운' 방식을 통한 야권발 정계개편보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의원들을 움직여 판을 움직이는 '바텀업' 방식을 택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철수 대표는 6일 오전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과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의원연구모임 '국민미래포럼'의 초청을 받아 특강을 했다. 이른 아침의 모임인데도 이 자리에는 대표적인 '통합론자'이자 안 대표에 우호적인 위치에 있는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을 비롯해 10여 명 안팎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안 대표는 "여론조사상으로 보면 갤럽에서 지난 6월초 비대위가 시작됐을 때가 (국민의힘 지지율이) 18%이고, 지난 주말을 보니까 20%"라며 "±3.1%p의 오차범위 내이니까 '변동이 없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6월 9~11일 설문한 정당 지지율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42%, 미래통합당은 18%였다. 지난 3~5일 설문에서는 민주당 39%, 국민의힘 20%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를 놓고 안 대표는 "지금까지 (김종인 비대위가) 다섯 달 동안 노력을 해도 변화가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며 "지금과 똑같은 방법으로 가다가는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조차도 승산이 낮다고 생각하는 게 객관적인 상황 파악"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를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정답은 없지만, 나름대로 생각한 결론은 야권재편"이라며 "야권을 재편해 혁신 플랫폼을 만들고, 거기서 야권이 만들어갈 대한민국의 미래와 구체적 비전, 우리만의 정책을 이야기할 때 국민이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일 것이며, 중도 뿐만 아니라 합리적 개혁을 바라는 진보까지 포괄할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그간 안 대표는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에 대해 "생각이 깊으신 분" 정도로 평가하며 대립을 피했지만, 이날 특강에서는 지난 5개월 간의 '김종인 비대위' 활동에 대해 사실상 '실패했다'고 평가를 내리며 각을 세웠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이 안철수 대표에 대해 갖고 있는 회의적 관점은 바뀌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안 대표에 대해 대권이든 서울시장이든 도전하고 싶다면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을 하라는 것이지만 '경선도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은연 중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안 대표도 김 위원장과의 '톱다운' 방식을 통해 뭔가를 꾀하기는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최근 국민의힘 원내외 인사들이 부르는 곳이라면 어디든 초청에 흔쾌히 응해 향하는 등 접촉면을 넓히면서, 아래로부터 자신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불러일으켜 판을 흔드는 '바텀업' 방식을 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안 대표는 이날 국민미래포럼 특강에 이어 오는 12일에는 김무성 전 대표가 이끄는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 출격해 주제발표에 나선다. 안 대표가 계속해서 외곽을 돌며 '야권재편'을 외치고 다니면,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에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종인 위원장은 안 대표의 '외곽 때리기'를 일단 평가절하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에서 열린 '서울시민후보 찾기 공청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대표가)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 뭘하겠다는 것이냐"라며 "뭐 구체적인 얘기를 했어야지, 정권교체를 위해 뭘 하겠다는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고, 막연하게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은 항상 하는 얘기"라고 단언했다.
안 대표의 내년 4·7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리가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경선 룰을 정하면, 후보를 하고 싶은 분은 그 룰에 따라서 와서 공정한 경쟁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더 이상의 다른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