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계기업 3475개…올해에는 5033개 역대 최대 될 듯
은행 후순위채 발행 전년 총액 넘어…“내년 3월 이후 고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한계기업)’이 올해 5000여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중은행들의 충당금 적립 등 자본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코로나19로 한계상황에 처한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강화로 한계기업에 대한 대출 규모가 더욱 확대될 수 있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만약의 사태에 활용할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 후순위채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들이 올해 들어 발행한 후순위채권 규모는 2조9300억원에 달한다. KB국민은행이 오는 4분기 중 발행할 예정인 5억 달러(약6000억원) 규모의 외화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권)을 더하면 3조53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이들 은행의 지난해 연간 발행 규모인 2조2000억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지난 2월 후순위채로 29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고 KB국민은행은 3월과 5월 각각 4000억원, 4500억원어치 발행한 데 이어 8월에도 5000억원 규모로 후순위채를 찍어냈다.
우리은행도 3월과 6월 각각 3000억원어치 발행했고 하나은행 역시 3월 3500억원에 이어 지난달 3400억원 규모로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 이유는 대손충당금 적립 등으로 자본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한계기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충당금 적립 등 손실 발생에 대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는 은행이 발행한 만기 5년 이상인 장기 후순위채를 자본으로 인정해준다. 이에 은행들은 후순위채를 자본확충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0년 9월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한계기업은 3475개로 전년(3236개) 대비 239곳(7.4%) 늘어났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을 의미한다.
이들 한계기업에 대한 은행권의 대출 비중도 적지 않다. 2019년 말 현재 한계기업 여신은 115조5000억원으로 전년(105조2000억원) 대비 10조3000억원(9.8%) 늘었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 여신이 70조5000억원으로 전년(11조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부동산(2018년 14조8000억원 → 2019년 20조6000억원), 자동차(2조6000억원 → 4조5000억원), 도소매(4조1000억원 → 5조2000억원) 등을 중심으로 증가액이 많았다.
문제는 올해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기업 재무건전성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계기업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코로나19에 따른 매출충격을 감안해 올해 한계기업 수가 5033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 하고 있다.
여기에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강화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내년 3월 말까지 연장한데 이어 ‘2차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대출한도를 확대하고 1·2차 중복 대출도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달 18일 기준 금융권 전체 대출·보증 지원 실적은 203만4000건(204조8000억원)에 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로 당장에는 지표상에 문제가 없지만 내년 3월 이후부터가 관건”이라며 “은행들의 충당금 적립 규모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도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한계기업 및 이들에 대한 여신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기관들은 기업여신에 대한 위험관리를 점진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한편 충당금 적립 등 손실 발생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