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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환매 러시…자산운용사발 수급 꼬임 주의보


입력 2020.08.24 05:00 수정 2020.08.24 04:30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지난달 29일부터 16거래일 연속 1조1575억원 '팔자'…올해 전체 순매도 30% 넘어

올해 주식형 펀드서 13조2513억원 이탈해 환매자금 필요…"조정장 요인 될 수도"

자산운용사들이 올해에만 코스피를 3조원 가량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투자 수요가 늘며 국내 주식형 펀드를 환매해 주식 직구로 향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다. 일각에서는 자산운용사의 이 같은 수급 움직임이 조정장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자산운용사들의 '셀 코스피'가 심상찮게 전개되며 조정 압력을 높이고 있다. 직접 투자를 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에서 돈을 찾아 증시로 향하면서 관련된 주식을 매입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 펀드 환매에 필요한 자금마련을 위해 하락장에서 주식을 크게 매도하는 만큼 추후 자산운용사들이 조정장을 유도하는 수급요인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자 가운데 자산운용사는 지난 달 29일부터 지난 20일까지 16거래일에 걸쳐 1조1575억원 규모의 코스피를 순매도 했다. 지난 달 1일부터 16일 동안의 올해 최고 연속 순매도 행진인 15거래일을 경신한 기록이다.


올해 초 자산운용사의 코스피 순매도세는 눈에 띌만한 규모는 아니었다. 올해 1월 한 달 동안 5858억원을 팔아치운 자산운용사는 2월과 3월에는 각각 416억원, 2407억원으로 매도 규모를 줄였다. 4~5월에도 큰 규모로 순매도하지 않으면서 수급적인 측면에서 특기할 만한 부분은 없었다.


하지만 자산운용사는 6월에 4772억원을 팔아치우며 3895억원이던 증권사(금융투자)를 뛰어넘는 순매도 규모를 나타내더니 7월에는 7972억원을 팔았다. 심지어 이번 달에는 지난 20일까지만 1조350억원의 주식을 판매했다. 올해 자산운용사는 총 2조9775억원을 팔아치우며 외국인, 금융투자에 이어 가장 큰 순매도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자산운용사가 주식 판매에 열중하는 이유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최근 1년 간 816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총 9조2155억원이 순유출됐다. 연초 이후로는 13조2513억원이 빠져나갔다. 특히 최근 3개월 간 8조2897억이 펀드에서 흘러나가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인기가 사그라지는 모양새다.



ⓒ데일리안

환매가 이어지는 펀드가 국내 주식형이라는 점이 자산운용사의 주식 매도를 부추긴 셈이다. 펀드를 구성하는 재료가 '국내 주식'인 만큼, 펀드 관련 수요가 없으면 주식을 사들일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아울러 환매를 원하는 고객에게 펀드 설정액과 수익률까지 얹어줘야 하는 자산운용사들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팔아 이 환매금을 마련하기도 한다. 최근 3개월 간 급격하게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자, 이를 되갚을 돈을 마련하기 위해 6월부터 거세게 주식을 매도한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을 회수해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하려는 고객이 늘어나는 데다 수요가 해외 주식형 펀드로 이동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펀드를 찾는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할 이유도 없는 데다, 환매금을 맞추기 위해 보유 주식을 매도하면서 이 같은 수급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자산운용사의 매도세가 향후 주식 하락장을 이끌 새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가 올해 급락장 때마다 코스피를 대량으로 매도하면서 증시에 부담을 줬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는 지난 3월 19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133.56포인트가 급락했을 때 1799억원을 순매도했다. 증권사와 연기금이 같은 날 1893억원, 3797억원을 순매수한 것과 대비된다.


이어 지난 5월 4일 코스피가 52.19포인트 떨어졌을 때 자산운용사는 1031억원을 팔아치웠고, 6월 15일 101.48포인트가 급락한 날에는 1113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20일 증시가 86.32포인트 떨어진 날에는 비교적 작은 975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전날 1159억원을 팔아치운 부분이 수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매크로분석 팀장은 "펀드에서 아웃플로우가 지속된다는 건 수급적으로 매도를 할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라는 의미인 만큼 자산운용사가 증시에 부담스러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특히 하락장에서 매도세를 더 강하게 나타나는 모습은 조정 장세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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