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2’ 양우석 감독이 뽑은 배우별 명장면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 제작 ㈜스튜디오게니우스정,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이 개봉 닷새 동안 101만여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하루 20만명, 적은 수치는 아니지만 작품의 결과 완성도를 생각하면 아직 목마르다.
수작의 흥행을 기원하며 양우석 감독이 뽑은 배우별 명장면을 소개한다.
먼저 정우성.
“정우성 배우는 ‘숨’이었어요. 결이 다른 큰 숨. 어디지? 저거 뭐지? 독도! 본인의 회한, 소위 ‘국뽕’이라고도 하는데, 지켜낸 거잖아요, 한반도 평화를. 그때 나오는 큰 숨. 당연한 우리 영해에 떠오른 건데 현실에선 남다른 의미죠. 힘을 실어야겠다, 처음부터 생각했어요.”
“정 배우님은 호위총국장 단독 장면 빼고 다 나와요,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 장면은 어쩔 수 없는 거고. 배우로서 절대 쉬운 일이 아니죠. 표정을 많이 부탁드렸어요, 모든 신에 다 나오니까. 쉬지 않고 해 주시니 감사했어요, 그 모든 과정과 노력이 마지막에 그 숨으로 응축돼 있는 거죠. 저한테는 그 신이 제일 생각나요.”
촬영 에피소드를 묻자 감독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농담 삼아 받으면, 찍기는 주자창에서 찍어 그렇게 만들었어요. 정 배우께서 우리는 왜 중요한 장면은 주차장에서 찍느냐며(웃음). 쿠키영상의 광화문 장면도 세트 주차장이거든요.”
“제게도 도전이 많은 영화였어요. 장기적 밸런스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았습니다. 정치스릴러, 블랙코미디, 잠수함영화. 분단물에 세 장르를 밀어 넣는다, 잘 붙었을지는 관객 분들이 판단하시는 거라서 어떻게 보실지 궁금합니다.”
곽도원 배우의 명장면을 감독은 어디로 보고 있을까. 곽도원은 표현력의 용량이 크고 강도가 뜨거운 배우이고, 이번 ‘강철비2’에서도 그 화통의 뚜껑을 열어젖혔다.
“곽도원 배우는 동생의 죽음, 그로 인한 폭주죠. 사실 북한, 말도 안 되게 폭주할 때가 있잖아요. 우리는 모르는 그 내막, 저간의 사정을 그 연기 하나로 디테일하게 잘 보여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광기 도는 느낌! 미쳐 날뛰지 않고 누르는 폭주, 명연기를 보았죠.”
“박정우, 철우 형제는 호위총국장 형과 젊은 나이게 잠수함 함장인 동생, 박정우의 선택은 북한 기득권 집안의 폭주인 거죠. 나아가 북한 가족왕조의 모습을 호위총국장 형제에 살짝 넣기도 했어요.”
유연석은 영화 ‘늑대소년’에서 이미, 배우 생활 일찌감치 악역을 보여 준 바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는 기다릴 줄 아는 묵직함을,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서는 따스한 인간미를 과시했다. 이번에 맡은 북 최고위원장 조선사 역에는 그 모든 것이 동시에 응축돼 있다.
“잘하실 거라 예측했지만 잘해 주셨어요. 워낙 좋은 배우기도 하고 연기 센스가 있더라고요. 미국 스무트 대통령이 함장실에서 책상을 뽑아 옮길 때 ‘담배, 안 피울게요’라고 말하며 두 손 드는 장면이 있어요. 유연석 배우의 애드리브예요.”
“이게 왜 놀라운 거냐면 조선사의 담배는 핵, 스무트의 방구는 유엔제재거든요. ‘I Never Smoke!’, 핵 포기하겠어요! 잖아요. ‘아이 네버 스모크’ 이 대사 하나로 비핵화협상이 마무리된 거예요.”
“내내 딱딱한 모습으로 연기하다가 겁먹은 표정, 연기 잘해 줬어요. 시나리오 해석 좋고, 순발력 좋고, ‘정말 담배 끊었어요’. 자신이 맡은 배역뿐 아니라 영화 전체를 고민했고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던 대사여서 고마웠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애정’할수록 잘 보인다. 작품을 연출하는 감독에게 요구되는 여러 덕목이 있지만, 배우와의 소통과 화합이 그 중 제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는 영화의 장면과 감정과 메시지를 관객에게 배달해 주는 이다. 훈훈한 소통과 화합의 바탕에는 배우에 대한 존중이 있다. 배우에 대한 존중을 잊은 감독이 생각보다 많은 현실, 한참 어린 배우에게도 존댓말을 잊지 않는 양우석 감독의 화법에서 존중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