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전 4.1이닝 9피안타 5실점으로 패전
직구 구속 받쳐줘야 체인지업 등 위력 배가
직구의 구속을 회복하지 못한 토론토 류현진(33)이 난조를 겪으면서 시즌 첫 패를 떠안았다.
류현진은 31일(이하 한국시간)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2020 메이저리그’ 워싱턴과의 홈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4.1이닝 9피안타 5실점한 뒤 조기 강판됐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8.00까지 치솟았고, 팀이 4-6으로 패하는 바람에 패전 투수 역시 류현진으로 기록됐다.
예년에 못 미치는 직구의 구속이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경기였다.
앞서 류현진은 30일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6선발 체제를 예고한 찰리 몬토요 감독의 결정에 이어 예상보다 많았던 개막전 투구수(97개)로 인해 하루 뒤 등판으로 일정이 변경됐다.
그러나 하루 휴식도 컨디션이 돌아오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날 류현진은 5회 1사까지 무려 9개의 안타(피홈런 1개 포함)와 1개의 볼넷을 내주는 등 상대 타선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원인은 구속. 이날 류현진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89마일(약 143km)에 그쳤고, 90마일 넘어가는 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직구의 구속이 받쳐주지 못하자 주 무기인 서클 체인지업을 비롯한 변화구의 위력이 크게 반감됐다.
특히 워싱턴 타자들은 작정한 듯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실제로 9개의 피안타 중 무려 6개가 체인지업을 던졌을 때 나왔고 뜬공으로 처리된 공들의 상당수도 같은 구질을 파악했을 때였다.
류현진은 자신의 체인지업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자 5회 들어 체인지업을 감추고 직구와 커브 위주의 볼 배합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밋밋하게 꺾여 들어가는 공은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던 타자들에게 소용이 없었고 연속 2루타를 허용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류현진은 직구 구속이 나오지 않을 때 대체로 저조한 경기를 펼쳤다.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던 지난해에는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크게 부진했는데 이때에도 90마일 초반대의 직구 평균 구속이 80마일 후반대로 떨어진 시점이었다.
류현진과 같이 직구 위력이 뛰어나지 않은 투수는 변화구의 움직임으로 상대를 공략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90마일 이상의 직구 구속이다. 타자들의 눈을 현혹시킬 최소한의 속도는 나와 줘야하기 때문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특히 이번 시즌은 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초유의 여름 캠프가 단기간 진행됐고 투수들이 몸을 만드는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부상이 아니라면 일시적인 구속 하락 가능성에 큰 무게가 쏠린다. 류현진이 보란 듯이 컨디션을 회복해 다음 경기서 핀 포인트 제구를 선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