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그린뉴딜' 정책에 기업 끌어들이는 모습
두산 자생할 수 있도록 석탄·원전과 신재생 밸런스 맞춰야
이상만 좇는 졸속 행정 지양, 검증된 정책으로 윈윈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단지를 찾아 "2030년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풍력 사업을 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에 대해선 "특별히 감사하다"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최악의 시기를 맞이한 것에 대한 위로 보다는 '그린 뉴딜' 정책에 적합한 풍력 사업을 하고 있다는 데 초점을 둔 발언으로 보였다. 이틀 뒤인 19일 두산중공업은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의 '그린 뉴딜'에 발맞춰 해상풍력 사업부문에서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고 호응했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12GW(기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을 준공하겠다고 밝혔다. 현 수준의 100배다. 해상 위에 수십, 수백 개의 풍력 터빈을 꽂아 원전을 대체해보겠다는 전략이다.
포트폴리오 전환이 시급한 두산중공업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풍력발전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고 정부는 '그린 뉴딜' 성과를 가시적으로 홍보할 수 있게 됐으니 기업과 정부의 합이 잘 맞는 '윈윈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이번 그린뉴딜 정책이 상당히 이상적이고 급진적이라는 데 있다. '5대 해상풍력 강국'을 내걸었으니 추진하는 속도와 규모가 빠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조선이나 철강처럼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탑티어(top tier)업체가 부재한 상황에서 과도하게 일감을 몰아줄 만큼 안정성과 경제성을 담보했는지는 의문이다.
이미 풍력 사업에 진출했던 다른 국내 업체들은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 일찌감치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2000년대 후반, 조선사들은 신재생 에너지 붐을 타고 풍력발전을 추진했지만 끝내 글로벌 기업들과의 기술격차를 이기지 못하고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그간 손 놓고 있던 정부는 '그린뉴딜' 정책이 본격화돼서야 국내 풍력 단지를 건설하고 투자를 약속하며 부랴부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판로를 늘린다고 해서 기업이 당연히 성장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난센스'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주요 경쟁사는 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현존 최대급인 12MW급 해상풍력발전기 개발을 마치고 현재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8MW급을 개발중인 두산중공업이 서둘러 기술 개발을 완료하더라도 세계 시장에서는 이미 구형 제품이다.
아무리 정부가 기술 및 투자여력을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성과를 내는 데 까지는 수년 간의 시간이 걸린다. 이런 기간을 감내하면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발 빠르게 좁힐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하기 힘들다.
기업 지속성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아무리 한국에서 트랙 레코드를 쌓는다 하더라도 그 이후의 성과가 담보되지 못하면 두산은 '탈원전' 만큼 강력한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그린뉴딜' 정책 추진에 급급해 원전은 빼앗고 신재생 사업을 억쥐로 쥐어주는 모습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입지가 쪼그라든 두산중공업으로선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 더욱 가혹하게 여겨진다.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기조에 충족하면서 친환경 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업만 뜯어고친다고 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무수히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견딜 체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두산중공업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석탄화력과 원전 사업에서 매출을 내되 규모는 서서히 줄이고, 풍력 부문에서 여유를 갖고 '트랙레코드'를 쌓도록 하는 '투트랙' 전략이 효과적이다.
기업 경영은 현실이다. 수 천, 수 만명의 일자리가 달려있다. 정부 입맛에 맞추기 위해 기업을 끌어들이는 것은 무모하다. 이상만 쫓는 졸속 행정은 지양하고 철저히 검증된 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한국판 뉴딜'이 원하는 정부-기업 윈윈 효과가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