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초선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김재섭·정원석 청년 비대위원 초대해 '자기반성'
4·15총선 참패 이후 미래통합당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이어지고 있다. 통합당 초선 의원들이 모인 한 공부모임에서는 '통합당을 지지하지 말아야 할 5가지 이유'라는 주제의 강의도 이뤄졌다.
허은아 통합당 의원이 주도하는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재섭·정원석 비대위원을 초대해 공식적으로 '혼나는 시간'을 가졌다.
김 비대위원과 정 비대위원은 청년들이 통합당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을 설명하며 젊은층으로부터 통합당이 외면받는 이유를 신랄하게 지적했다. 이날 모임에는 허은아 의원을 비롯한 김은희·서범수·안병길·윤주경·윤희숙·이명수·전주혜·하영제 의원 등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김재섭 "통합당은 시아버지·모태솔로 이미지,
나를 좋아하는 것은 알겠는데 방식이 거부감 든다"
먼저 강의를 시작한 김 비대위원은 우선 △통합당을 '시아버지'에 비유하며 "진심도 알고, 나를 아껴줄 것 같은 마음은 느껴지지만 그 사람 자체가 너무 불편하고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태솔로'와도 비슷하다며 "나를 좋아하는 것은 알겠는데 방식이 거부감이 든다"며 "소통할 시도는 안 하고 마음만 들이민다는 생각이 들어서 모태솔로 같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은 또 통합당은 △'약자가 아닌 강자의 편', 기득권을 지키는 정당이라는 인식이 도드라진다고도 말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게 많이 느껴진다"며 "김종인 비대위가 약자와의 동행을 말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확 바꿔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패한 기득권에 대해선 우리도 단호하게 얘기하고 정치적으로 뚜렷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젊은이들 역시 내가 가진 핸드폰과 옷이 국가의 힘에 의해 무작정 뺏기고 평등이란 이름으로 나의 사유권이 좌우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명백한 보수 이념의 부재를 꼽았다. 그는 "한 발 늦은 것처럼 비춰지는 것이 신중하고 절제된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보수 정당으로서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지만, 보수 이념을 적극적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며 "보수란 정치적 가치가 지니는 대단히 좋은 이념을 적극 설득하고 정치적 자산으로 내세우지 않으면 수구적 이미지로 대체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나라를 (통합당에) 맡겼을 때 어떤식으로 변화할지 분명한 청사진을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은 또 △미래통합당 관련 컨텐츠를 소비할 온라인 공간의 부재와 △'올드한 당'이라는 이미지 역시 문제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경우 정치적 이념과 무관하게 생겼던 온라인 커뮤니티가 민주당을 재밌게 소비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지지자들이 소통하고 있는데, 통합당의 경우엔 그렇지 못해 메시지 소구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정원석 "내가 윤주경이라면 윤미향과 일대일로 붙겠다"
"변호사 출신 전주혜는 판사 출신 전주혜 상대해야"
정 비대위원은 좀 더 구체적인 진단을 내놨다. 그는 "통합당은 비호감에 해당하는 정치인이 쏠려 있다"며 "통합당은 본질보다 형식에 집착하는 모습이 도드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정책위의 '사이다 정책세미나'와 일부 초선 의원들이 참여한 '차별반대 침묵시위' 등을 대표적인 이미지 브랜딩의 실패 사례로 꼽았다. 그는 "노회찬은 평생 노동운동가로 기득권과 싸운 이미지로 정립돼서 '사이다'가 된다고 하면 설득력이 있지만, 통합당이 하면 이해가 안 간다"며 "플로이드 시위도 통합당은 차별금지법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정당이면서 호소력이 있겠느냐" 꼬집었다.
정 비대위원은 개별 의원들에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보수 정치가 갖고 있는 이념적 우월성과 누적된 자신이 무엇인지 확신이 있어야 한다"며 개별 의원을 특정해 자신의 자산을 활용하라고 했다.
그는 윤봉길 의사의 손녀인 윤주경 의원에게는 "제가 만약 윤 의원이라면 윤미향 민주당 의원과 일대일로 붙는다"며 "독립 테마로 독립의 순수혈통과 독립과정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이용해먹은 윤미향의 대립구도는 무조건 센세이션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또 변호사 출신의 전주혜 의원에게는 "민주당 이수진 의원과 붙이면 된다"며 "판사 (출신) 이수진 의원은 눌변에 말할 줄 모른다. 판사 테마로 가서 여성 인권을 대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