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기사를 자주 썼다. 매주 여론조사 업체가 발표하는 그리 특별하지 않은 기사였다. 한 번은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해 다시 60% 이상을 회복했다는 내용으로 송고를 했었다. 대통령 지지층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고, 동시에 반대 측의 부정적인 댓글을 예상했다.
그런데 "문재인이 니 친구냐"는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왔다. 기사제목에 '대통령'을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기사제목이 너무 길어져서 '대통령'을 뺐던 것이 발단이었다. 한글 사용을 장려해 文을 쓰지 않았고, '대통령 지지율'이라고 쓰자니 고유명사가 아니었던 것 뿐이다. 기자로서 수많은 비판과 욕설을 받아봤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이미 SNS에서는 기레기 수준을 넘어 패륜아 취급하는 사람도 있었다. 국민의 대표를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뺀 것이 지지층들에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혼자만 느낀 건 아닌 모양이다.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런 취지의 글을 본적이 있다. "지지층에게 노무현을 왜 지지하냐고 물으면, 권위주의 타파라고 답한다. 왜 이명박을 지지하냐고 물으면 경제분야 능력이 뛰어나서라고 한다. 박근혜를 왜 지지하냐고 물으면 아버지를 따라 잘 할 것 같아서라는 답이 나온다. 그런데 문재인을 왜 지지하냐고 물으면 '문재인이 니 친구냐'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의전대통령' 논란도 흐름이 비슷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강연을 마치고 질의응답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두고 "의전대통령 같다"고 한 마디 한 게 시작이었다. 문 대통령의 참모 혹은 친문인사들이 발끈해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꼴값을 한다"며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마치 '역린'을 건드린 것과 같은 반응이었다. 당연히 지지층 그룹이나 커뮤니티에서는 더 심한 비난이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문 대통령이 '의전대통령'이라거나 혹은 "철학이 없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직접 보고 들었던 문 대통령은 등산을 좋아하는 소탈한 동네 할아버지에 가깝게 느껴졌다. 수백명이 넘는 기자들과 사전 조율 없는 질의응답은 명확한 국정운영 방향과 철학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다소 느릿해 지루한 감이 있지만, 막상 말을 받아 적으면 마치 글을 쓴 것처럼 놀라울 정도로 논리전개가 명확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을 의전대통령으로 만들고 권위주의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존재들은 분명히 있다. '문재인 보유국'이라며 맹목적 충성을 보이는 극성 지지층과 대통령을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일부 정치인들이다. 이들의 정도를 넘어선 '문비어천가'는 소름이 끼칠 정도다.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대통령 주위에 포진할수록 더 많은 국민들과의 거리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한 때 극우층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당했던 하태경 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대한민국에는 애국자들이 참 많다. 왼쪽에 있는 분들은 반일이 애국이라 하고, 오른쪽은 반북이 애국이라 한다. 좌우를 막론하고 이분들은 대화는 무의미하고 영원히 싸워야 한다고만 말한다. 그런데 조국 사태 때 보니 극단적 좌파가 10배는 많더라. 앞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많이 힘들어질거다. 금태섭이 대표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