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일방적 공원화 추진 부당 시정권고 요청
예비입찰서 의향서 '0'...본 입찰 무산 가능성 높아
대책 마련 부심 속 캠코 자산 매입 돌파구 주목
대한항공이 핵심 자구 대책으로 추진 중인 송현동 부지 매각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시의 일방적인 문화공원 지정 추진으로 입찰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행정절차의 부당함을 알리고 시정권고를 구하기 위한 차원이다.
12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인 11일 오후 국민권익위에 고충민원 신청서를 제출하고 시정권고 또는 의견표명 결정을 구했다.
대한항공은 신청서에서 밝힌 신청 취지를 통해 "피신청인(서울특별시장)은 신청인(대한항공) 소유의 서울 종로구 송현동 48-9 일대를 문화공원으로 결정하기 위한 일련의 행정절차의 진행을 중단한다"며 "피신청인은 신청인의 부동산을 매각하기 위한 업무를 방해하는 일체의 유·무형적 행위를 중단한다"라는 시정권고 또는 의견표명 결정을 요청했다.
회사측은 이번 신청서 제출이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시가 일방적인 행정절차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것이다.
◆ 대한항공 “서울시 일방통행식 추진, 자구노력에 찬물”
대한항공은 현재 코로나19로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에 닥친 위기 극복을 통해 조기 정상화를 꾀하고 정부와 국책은행의 지원에도 부응하기 위해 송현동 부지 등의 유휴자산 매각 및 유상증자 등 다각도의 자구 노력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핵심 자구 대책인 송현동 부지 매각 추진은 서울시의 일방적 문화공원 지정 추진, 강제수용 의사 표명 등에 따라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매각 주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해 매각을 추진해 왔다. 당초 총 15개 업체가 입찰참가의향서를 제출했으나 서울시의 문화공원 지정 및 강제 수용 의사가 언론을 통해 공표면서 예비입찰 마감일인 지난 10일까지 단 한 곳의 업체도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회사측은 “당초 계획대로 송현동 부지에 대한 2차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나 현 상황을 감안할 때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절박한 심정을 담아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제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서울시의 일방적인 행정 절차 추진이 도시계획시설결정 시도과 피신청인의 매각 방해 시도 등 두 가지에서 위법성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되기 위해서는 ‘(일반적·개별적)필요성’ 및 ‘공공성’을 충족해야 한다는 데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 장기 미집행 중인 공원 및 송현동 부지 인근에 소재한 무수한 공원이 있고 서울시의 문화공원 조성은 대한항공의 기존 활용 방안과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필요성’ 및 ‘공공성’ 모두 인정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피신청인(서울시)의 매각 방해 시도에서도 위법성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단 서울시가 매수 여력이 없음에도 문화공원 지정과 강제수용 의사로 밀어붙이기식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시가 미집행 공원 수용을 위해 올해만 1조9964억원이, 내년 이후에는 14조9633억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주장이다.
또 토지보상법상 일괄보상이 원칙이기 때문에 서울시의 분할 지급 계획은 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울시가 공사 착수 시기를 조정해 오는 2022년 이후로 보상금 지급시기를 늦출 가능성도 있어 대한항공의 긴급한 유동성 확보에 중대한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회사측은 “서울시가 산정한 보상금액(4670억원) 및 지급시기(2022년)도 적절한 매각가격과 매각금액 조기확보라는 입장을 감안할 때 충분하지 못하다”며 “게다가 서울시가 재원 확보 등을 이유로 언제든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 캠코 자산 매입 프로그램으로 돌파구 찾나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예정대로 본입찰(2차 입찰)을 실시하더라도 참여하는 곳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예비 입찰 단계인 만큼 LOI를 내지 않아도 본입찰에 응할 수는 있지만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의 공원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부지 보상비를 4671억원에 책정해 공고하는 등 공원화를 위한 사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송현동 부지 매각이 제 가격에 이뤄지지 않으면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배임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에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권익위 민원 제기도 이러한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한 조치지만 실질적인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자산 매입 프로그램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정부는 2조원 규모의 기업자산 매각 지원 기구를 설립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의 자산을 ‘적정 가격’에 매입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1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중심으로 기업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대기업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 기업 등 자구 노력과 선제적 자금 수요가 큰 기업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삼기로 해 송현동 부지 매각이 프로그램에 포함되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자산 매입이 캠코를 중심으로 특수목적법인(SPV)을 세우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주 재원은 캠코가 2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마련하고 기업구조혁신펀드와 민간 사모펀드(PEF) 등 민간 자본이 추가로 참여한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도 보상비를 이미 책정해 놓은 서울시에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기 보다는 캠코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적정 가격'을 받기에 용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캠코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한 뒤 서울시에 다시 재매각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캠코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이 마련되지 않은데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붙투명해 부지 매각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의 사유재산을 이렇게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기업의 위기 극복울 위한 자구노력을 지원은 못해줄망정 방해하는 것은 대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