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설립 법무법인 '부산'서 '吳 사퇴 공증'
부산성폭력상담소장, 文대통령 지지했던 인사
통합, 靑·與 사전 인지 및 사퇴 시점 조율 의혹 제기
민주 "부산서 공증, 뭐가 문제냐…사전 인지 사실 아냐"
청와대와 여권 수뇌부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4·15 총선 전에 인지하고 오 전 시장의 사퇴 시기를 '총선 이후'로 조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놓고 여야가 날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성추행 사건을 처리한 오 전 시장의 측근(장형철 부산시 정책수석보좌관)이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데다 '4월 말 사퇴'를 공증한 법무법인이 문재인 대통령이 세운 '부산'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청와대와 여당이 사전에 몰랐을 리 없다"며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게다가 오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는 부산성폭력상담소의 소장(이재희)이 지난 2012년 대선 직전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한 사실도 드러난 만큼, 통합당은 청와대와 여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사전 인지 및 사퇴 시점 조율'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27일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오 전 부산시장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4·15) 총선 직전에 여권 주요인사인 부산시장이 사퇴를 약속하는 큰 사건이 벌어졌는데, 청와대와 민주당이 몰랐다는 말을 믿을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이런 대형 사건을 (오 전 시장이) 중앙당에 일절 알리지 않았다고 하는데 어느 누가 믿겠느냐"고 지적했다.
심 권한대행은 "공증에 나선 법무법인은 문 대통령이 만든 법무법인 '부산'이고, 현 대표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이자 오거돈 캠프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했던 사람이다. 사건이 터지고 마무리에 나선 오 전 시장 측근(장형철 부산시 정책수석보좌관)은 직전 청와대 행정관이었다"며 "이런 특수 관계에 있는데 어느 국민이 청와대가 몰랐다고 생각하겠느냐"고 거듭 사전 인지 의혹을 제기했다.
법무법인인 부산은 1982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함께 운영한 합동법률사무소가 모체로, 1995년 문 대통령이 정식 법인으로 출범시켰다. 현재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도 이 법무법인 출신이다.
김성원 통합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권과 특수 관계에 있는 법무법인에서 공직자의 범법행위와 이를 미루기 위한 공증을 맡았으니, 일련의 과정에 대해 누구라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의 주장대로 정말 몰랐다면 집권여당으로서 최소한의 자정 시스템조차 붕괴된 것이고, 알았다면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한 것은 물론이고 파렴치한 행위에 대한 반성도 없이 이를 정치적 계산에 이용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 23일) 오 전 시장의 사퇴 발표 기자회견 직전에야 사건을 인지했다고 거듭 해명하며, 법무법인 부산이 오 전 시장의 '사퇴 공증'을 담당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오 전 시장 관련 건을 사전에 인지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절대 아니다. 휴가 중 목요일(23일)에 전화를 받고 알았다.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사전 인지 및 조율)를 하면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재호 의원(부산 남구을)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왜 법무법인 '부산'이 오 전 시장의 '사퇴 공증'을 담당했는지에 대해선 모른다"며 "법무법인 부산에 여권 인사가 몸담았거나 몸담고 있다고 해서 오 전 시장 측과 청와대·여권이 오 전 시장의 사퇴 시점을 조율했을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나는 오 전 시장의 사퇴 기자회견 시작(오전 11시) 2시간 전인 오전 9시경에 오 전 시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그런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전재수 의원(부산 북강서갑)은 "법무법인 부산에서 오 전 시장의 '사퇴 공증'을 담당한 것과 청와대·여권의 사전 인지 여부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사전 교감 의혹이라는) 곁가지가 아닌 (법무법인 부산이) 성추행 피해자를 도와주려고 했다는 본질을 봐 달라"고 말했다.
송갑석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법무법인 부산이 오 전 시장의 사퇴를 공증한 것과 관련해 "우연히 그렇게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합당은 곽상도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검사 출신의 김도읍·김웅·유상범 당선인과 김미애·김은혜·황보승희 등 여성 당선인들을 포진시켰다. 김남국 민주당 당선인의 '여성 비하 방송' 출연, 박원순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의 성폭행 사건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첫 회의는 오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다. 미래한국당도 송희경(위원장)·전주혜·허은아·김은희·신민아 등 여성 의원·당선인으로 구성된 '더불어민주당 성추문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