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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흔들리는 공연 생태계②] 최악 상황 속 지혜 모으는 공연계


입력 2020.04.23 13:11 수정 2020.04.23 17:51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감염예방 수칙 지키며 고군분투

온라인 생중계 등 대안 마련도 분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공연장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이후 공연계는 그야말로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을 겪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밀집된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공연장이 주요 기피 장소로 손꼽히면서 타격이 컸다.


동시다발적인 공연 취소 사태도, 뮤지컬 대극장 셧다운도 사실상 처음 겪는 일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 정도까지 나락으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하지만 공연계는 지혜를 모으며 어려움을 극복해가고 있다. 정부의 지원도, 대중들의 관심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그 안에서의 노력은 그야말로 눈물겨울 정도다.


공연계는 정부의 권고에 따라 손 소독제와 열감지기를 비치하고 전 스태프 및 관람객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등 코로나19에 총력 대응해왔다. 특히 일부 공연장에서는 객석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는 '거리두기 좌석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에도, 철저하게 지키는 모습은 칭찬할 만했다.


성숙한 시민의식도 국가가 나서 공연을 제한하지 않고도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원동력이었다. 공연장 입장에만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할 만큼,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했지만, 항의하거나 협조를 거부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최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앙상블 배우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걱정을 사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는 공연계가 코로나19에 잘 대처해왔음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 측은 공연 과정에서 배우와 관객들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하고, 배우 및 스태프의 동선도 분리해 운영해왔다. 이에 따라 126명의 또 다른 배우와 스태프, 그리고 8578명의 관객들이 한 공간에 있었지만, 신천지와 같은 집단 감염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실제로 공연장에서 배우나 관객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는 없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굉장히 잘했다고 본다"며 "종교에서는 슈퍼 전파자가 나왔지만, 공연장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언론에서 이 같은 상황을 간과하고 공연장을 위험한 장소로 몰아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1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문화의전당에서 '무관중 생중계' 연극공연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 ⓒ 뉴시스

온라인 생중계 등을 통해 적극적인 대안 마련에 나선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은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서울시향, 경기도문화의전당 등 국공립 공연장과 단체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공연계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공연 영상의 유료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연평론가인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공연 영상 유료화의 경우) 아직 산업화 단계는 아니지만, 해외에서는 10년 이상 확장하는 추세"라며 "한국의 경우도 코로나19를 통해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재미를 느낀 관객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이 시장이 촉진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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