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자금' 최일선 신보 노조 "현장 안중에도 없이 일방적 공급대책 발표" 질타
산은·기은 등 속한 국책금융노조협의회도 "코로나 사태 속 경영평가 개선 절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이 심각한 ‘병목현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자금공급 최일선에 있는 신용보증기금 내부에서 구조적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타 국책금융기관 직원들 역시 각종 실적에 손발이 묶여 있다며 현 상황에 맞는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신용보증기금지부는 2일 대정부성명을 내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100조원 규모의 기업구호 긴급자금 투입을 발표했지만 기관들의 업무처리 방안과 관련해서는 뚜렷한 대책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면서 "이같은 일방적인 목표제시는 현장 혼란만 가중시킬 뿐 수요자(기업)들의 체감도 이끌어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신보 노조는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출 공급이 절실한 현 시점에서조차 정부가 심사제도 완화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현재 모든 기업이 코로나19 영향하에 있어 선별적 지원을 위해 대상을 가릴 필요가 없는데도 정부는 한가한 평가놀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정부 평가와 성과급 차등 지침 때문에 직원들이 많은 부분을 신경 쓸 수밖에 없고 자금이 절실해도 평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은 소외되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실업무에 투입되는 인력이 전체의 85%밖에 되지 않는 금융공공기업의 고질적 인력구조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노조는 “사실상 현업에서 벗어나있는 임금피크제 직원들의 숫자가 정규 인력의 15%로, 300명 이상에 달한다”며 “실무인력 부족이 심각해 코로나19 이전부터 업무 처리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다. 신보는 “차라리 임금피크제 직원들이 조기퇴직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강화하는게 신입 직원 채용으로 일자리도 늘리고 정책금융을 신속히 지원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기관 건전성 부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요구됐다. 노조는 “비상경제대책에서 최소 십수조원의 지원을 담당하게 됐는데, 신보의 정부 출연금은 4000여억원에 불과하다”며 “2차 추경 등에서 충분한 재정 뒷받침이 없다면 신보 존립이 흔들릴 정도의 위협”이라고 호소했다.
이에앞서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이 속한 국책금융기관노동조합 협의회 역시 하루 전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전념할 수 있도록 내·외부 이익 경쟁을 멈춰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국책금융 노조협의회 측은 "70조원 규모의 긴급 대출을 담당하는 국책금융기관은 대내외 이익 경쟁에 두 발이 묶여 속도를 낼 수 없다"면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사례를 예로 들었다.
협의회에 따르면 기은은 지난달부터 코로나19 대출 폭증으로 한 지점이 많게는 하루 200건(평시 10건 이하)의 대출을 취급하는 등 과부화 상태에 돌입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1일부터 신용보증재단 보증심사 업무까지 넘겨 받아 일이 더 늘어났으나 기은이 내부 경영평가를 유지하며 기존의 이익 목표를 고수하고 있어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이에 현 코로나 사태에 걸맞게 기존 방식의 경영평가를 중단하거나 코로나19 대응 사업으로 지표를 변경하는 등 목적사업 중심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평가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현장은 기존 업무와 긴급 대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게 된다"며 "금융당국은 이를 명심하고 당장 속도를 높일 비상한 대책, 현장에 맞는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