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전 15득점 9리바운드 6블록 활약
4쿼터 초반 파울트러블에도 끝까지 골밑 사수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영국을 제압하고 12년 만에 올림픽 본선행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8일(한국시각)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 영국과의 경기에서 82-79로 이겼다.
지난 스페인과의 1차전에서 대패를 당했던 한국은 1승 제물이었던 영국을 천신만고 끝에 물리치고 도쿄행 희망을 이어갔다.
원래 이날 승리하면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 지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중국이 예상을 깨고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3위 스페인을 잡는 바람에 혹시 모를 경우의 수를 따지게 됐다.
한국이 9일 열리는 중국과의 최종전에 패하고 영국이 스페인을 잡으면 세 팀이 1승 2패로 동률이 된다. 하지만 이 경우 한국은 스페인에 37점차로 대패를 당했기 때문에 탈락이 유력하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상 스페인이 영국에 패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한국의 도쿄행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날 승리의 중심에는 ‘국보 센터’ 박지수의 눈물 겨운 헌신이 있었다.
박지수는 피지컬이 뛰어난 영국을 맞아 사실상 홀로 골밑을 든든하게 지켰다. 2쿼터 1분 23초를 남기고서야 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초반에 공격은 다소 풀리지 않았지만 9개의 리바운드와 6개의 블록을 해내며 골밑을 사수했다.
3쿼터에만 11득점을 올리며 뒤늦게 공격 본능을 과시한 박지수의 활약에 한국은 한 때 17점까지 스코어를 벌리며 여유있게 승리를 거두는 듯했다.
하지만 로테이션 없이 3쿼터까지 소화한 선수들은 4쿼터 들어 급격히 몸놀림이 둔해지며 영국에 맹추격을 허용했다.
급기야 박지수가 4쿼터 8분 33초를 남기고 파울 트러블에 걸리면서 한국은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문규 감독은 박지수를 교체하지 않는 승부수를 던졌다. 4반칙 이후 박지수의 플레이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영리한 수비와 정신력을 발휘하며 추가 반칙 없이 경기 종료까지 한국의 승리를 지켜냈다.
80-79로 근소한 리드를 이어나가던 영국의 막바지 공격 때는 가로채기를 이끌어내는 결정적인 수비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최근 도를 넘는 인신공격을 당하며 개인 SNS를 통해 농구를 포기하고 싶다고 토로했던 박지수는 마음을 추스르고 국가를 위해 사력을 다해 뛰었고, 이제는 올림픽 출전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