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이 나라는 반드시 망할 것' 통한 남겨
다시는 이런일 안되겠단 의미로 다같이 왔다"
"다산 '이 나라는 반드시 망할 것' 통한 남겨
다시는 이런일 안되겠단 의미로 다같이 왔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의 외곽 지지단체인 징검다리포럼 소속 청년·대학생들과 함께 다산 정약용 선생의 발자취를 찾는 1박 2일 정치문화캠프를 가졌다.
경제는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안보는 한미일 삼각공조가 붕괴되는 내우외환의 위기에서 "이대로는 필망국(必亡國·반드시 나라가 망함)을 절규했던 다산 정신을 되새김과 동시에, 문재인정권과 같은 '국가주의' 세력의 발호를 막기 위해서는 청년들과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마련된 자리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31일과 1일, 징검다리포럼 소속 청년·대학생들과 함께 전남 영암·강진 일대에서 '다산 실학의 정치문화캠프'를 진행했다.
강진 사의재저잣거리에서 유배 온 다산이 지식인의 역할을 고민하는 마당극을 참가자들과 함께 관람한 김 전 위원장은 이후 백련사에서 산길을 넘어 다산초당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은 다산기념사업회장을 맡고 있는 윤동환 전 민선 3기 강진군수(무소속)와 대담을 나누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다산은 여기서 쓴 경세유표(經世遺表)에서 '터럭 하나도 병들지 않은 게 없으니, 이대로는 이 나라는 반드시 망할 것'이라는 통한의 기록을 남겼다"며 "(다산초당에서) 마루에 앉았을 때, 다산이 18년 귀양 생활을 하며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지 또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한의 세월 속에서 세상을 바꾸지 못한 다산 선생은 끝나고 말았고, 조선도 다산 말대로 망하고 말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의미에서 (청년·대학생들과) 다같이 여기에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국 사태로 배신감, 등돌리는 분들이 많다
文정부와 완전히 구별되는 깃발 들어야 한다"
영암 월출산온천관광호텔에서 이어진 특강에서 김 전 위원장은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분들 입장에서는, 최근 경제·안보 상황과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사태를 보며 배신감을 느낄 것"이라며 "나는 (청와대 정책실장 시절) 그분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무수히 봐왔고 같이 있었기 때문에 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전 위원장은 국가주의~반(反)국가주의 논쟁을 재점화하며 △문재인정부는 국가권력으로 모든 것을 끌고가려 하지만, 우리는 시민을 자유롭게 한다 △문정부는 사회주의로 가지만, 우리는 시장경제로 간다 △문정부는 한미일 공조를 깨 안보를 위협하지만, 우리는 한미일 공조로 스스로를 지킨다는 '3대 대비점'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한 것 같지만, 제대로 한 적이 없다"며 "국가가 온통 곳곳을 규제하고 간섭하는데, 이래서는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기대를 걸 게 없었지만, 많은 분들은 기대를 걸었다가 실망을 하고 등을 돌렸기 때문에 이분들을 위해 깃발을 들어야 한다"며, 앞서 제시한 '3대 대비점'을 가리켜 "문정부와 완전히 구별되는 깃발을 (등돌린 분들이) 따라오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정치적 역할과 관련해서는 "국가가 역할을 못하는 시대인데, 나는 왜 정치를 하려 하느냐고 묻는다"며 "(나는) 국가의 영역을 줄이기 위해, 국가가 우리의 삶에 간섭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치를 한다. 김병준의 정치는 '정치를 줄이기 위해서 하는 정치'"라고 강조했다.
자유 강조했던 토크빌 사례 들어 청년들 격려
청년과 쌍방향 소통 위한 아카데미 출범 추진
김병준 전 위원장은 이번 1박 2일 일정에서 다수를 상대로 하는 일방향 특강 형태가 아니라, 산행 도중이나 식사 도중 수시로 청년·대학생들과 삼삼오오 소그룹 대화를 나누는 쌍방향 소통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같은 쌍방향 소통을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일상화·사회운동화 하기 위해 국가주의와 개인의 자유 문제를 주제로 하는 청년아카데미 출범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에서 10년째 자영업을 하는 김현진(37)씨와, 복학 이후 진로를 모색 중인 강민석(23)씨는 1일 김 전 위원장과 같은 식탁에서 아침식사를 하며 국가주의와 자유, 청년아카데미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김 씨는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한 나라이기 때문에, 청년들이 젊었을 때부터 자유가 뭔지 토론과 논쟁을 많이 하면서 가치관을 형성해야 국가주의에 물들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청년들이 궁금해할만한 경제·사회 현안을 이야기할 수 있는 청년아카데미를 하겠다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도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사례를 들어 청년·대학생들에게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마무리 인사에서 김 전 위원장은 "여러분이 잘 아는 토크빌은 프랑스 혁명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쓰다가 억압의 대상이 되자, 미국으로 망명해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책을 써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며 "굉장히 젊은 시절에 책을 썼다. 미국으로 망명할 때의 나이가 26~27세"라고 좌중을 격려했다.
이어 "왕과 귀족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찾기 위해 프랑스 혁명을 했는데,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 자유를 포기하고 평등만을 추구하면서 과거 귀족이 득세했던 시절보다 더 억압적으로 (개인을) 대하는 것을 보고 토크빌은 '이것은 아니다'라고 느꼈던 것"이라며, 민주화운동을 통해 군부를 대체한 현 정권의 주축 586 세력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서 청년대표로 비상대책위원을 지냈으며, 이번 행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정현호 전 비대위원은 "다산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나라는 필망국(必亡國)이라고 했다"며 "(김 전 위원장 및 동료 청년들과) 다산캠프를 오면서 '정치·경제·외교가 이대로 가다가는 100년 뒤에 나라가 어찌될지 모른다'는 말이 오갔다"고 전했다.
정 전 위원은 "(다산의 발자취를) 방문해서 과거의 시간을 경험하고, 지금 이 시점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방향을 만드는 시간을 가진 것 같아 너무 좋았다"며 "(청년·대학생들이) 고민을 많이 하고 좋은 나라를 만드는 구상을 하면서 역할도 해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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