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 개정안 곧 시행…실질구제 아닌 원론적 책임 명시
분쟁 시 입증책임 등에선 여전히 금융소비자 불리…9년 표류한 금소법 ‘시급’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 개정안 곧 시행…실질구제 아닌 원론적 책임 명시
분쟁 시 입증책임 등에선 여전히 금융소비자 불리…9년 표류한 금소법 ‘시급’
최근 수천억원 대 투자금 손실 위기에 몰린 은행권 파생결합상품(DLS) 사태 등을 계기로 또다시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현재 국회에 수 년째 계류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에 앞서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 개정안 마련 초읽기에 돌입해 제 기능을 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 개정안 곧 시행…실질구제 아닌 원론적 책임 명시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금융회사 내부체계 개편 및 최고경영자(CEO) 역할 강화, 소비자보호 평가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 일부 개정안 도입을 사전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원칙적으로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의장을 겸임하도록 하는 등 소비자 보호 책임을 부여했다. 또 자산규모와 민원발생빈도가 높은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소비자보호 관련 책임자(CCO)를 별도로 선임해 상품 개발에서부터 광고, 영업, 계약, 사후관리 등 전반에 걸쳐 금융소비자 피해 가능성에 대해 관리감독하도록 권한을 강화했다.
금융소비자가 알아야 할 권리나 의무사항에 대한 알림 서비스도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를위해 금리인하요구권 등 고객들에게 알려야 할 정보 범위 및 방법을 금융회사가 스스로 정해 고객들에게 정기적으로 고지하도록 하고, 해당 금융사가 소비자 중심 경영을 하는지 여부를 평가받을 수 있도록 경영인증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소비자가 금융회사 직원 전문성과 친절성 등 만족도를 직접 평가할 수 있도록 관련 평가절차 도입도 예고했다.
이밖에도 금융당국 차원에서 추진 중인 휴면계좌와 같은 장기미청구 금융재산 발생 예방을 위해 이를 감축하기 위한 내부절차와 기준을 마련하고 평가 결과 미흡한 항목에 대해서는 자체 개선계획을 마련해 이사회와 감독당국에 보고하도록 했다. 금감원 측은 오는 9월 9월까지 해당 예고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취합한 뒤 이르면 다음달부터 해당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분쟁 시 입증책임 등에선 여전히 금융소비자 불리…9년 표류한 금소법 ‘시급’
그러나 금융당국의 이같은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DLS 사태 등으로 투자금 대부분 잃고 소송이나 분쟁 위기에 몰린 금융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보탬이 될 가능성은 사실상 적다. 해당 모범규준이 실질적인 피해자 구제절차보다는 향후 발생할 금융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금융회사 자체 내부통제절차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데다 그마저도 법적 강제성이 없는 행정지도 성격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도 일선 금융회사들은 당국 모범규준에 기반한 소비자보호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DLS 사태로 논란이 된 은행들이 발표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상품판매와 사후관리 단계에서 ‘철저한 내부준칙'에 의거해 불완전판매를 예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하나은행 역시 분기마다 소비자보호협의회를 열고 주요현안을 점검 및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막지 못했다. 금융회사 차원의 소비자보호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당장 이번 DLS 상품 판매 과정에서 은행의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돈을 맡겼다 된서리를 맞았다는 피해자들과 관련 정황이 속출하고 있지만 향후 분쟁 및 소송전에서 그에 대한 입증책임은 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가 아닌 금융소비자들이 져야 하는 실정이다. 피해배상 규모와 시기조차 막막한 상태에서 저마다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자료를 수집해야 하는 등 상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을 이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한편 이같은 피해를 사후에라도 구제할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지만 장장 9년째 그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 발의된 제정법안만도 5건으로, 해당 안에는 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기능별 규제체계 구축과 불완전판매 등 판매행위 규제 강화, 분쟁조정 시 소송중지제도 및 소액사건 특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금융소비자에 대한 입증책임 완화 등 실질적인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및 피해자 구제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금융소비자 피해구제가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현 시점에서 금소법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금소법의 경우)최근 열린 상임위 법안소위에서도 순번이 밀려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일단 정무위 간사단 차원의 협의를 통해 법안 논의 일정부터 확정을 시켜야 법안 통과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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