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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 놓고 커지는 전선 기술 유출 우려


입력 2019.06.06 06:00 수정 2019.06.06 02:23        이홍석 기자

산업부, 500㎸급 이상 초고압 기술 지정 검토

대한전선 中 매각 가능성과 맞물려 업계 설왕설래

산업부, 500㎸급 이상 초고압 기술 지정 검토
대한전선 中 매각 가능성과 맞물려 업계 설왕설래


LS전선 직원들이 500kV 초고압교류송전(HVAC) 케이블 제품의 성능을 테스트 하고 있다.ⓒLS전선

500킬로볼트(kV)급 이상 초고압 케이블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대한전선의 중국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불거진 이번 기술 유출 우려가 정부의 판단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LS전선을 위시한 국내 전선업계는 관련 기술이 중국 기업들에게 넘어가면 국내 전선산업 생태계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반면 대한전선은 중국도 이미 보유한 범용기술이라며 국가핵심기술 지정은 경쟁사의 해외 매각 견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2차 전문가위원회를 열고 500㎸급 이상 전력케이블 시스템(접속재 포함)의 설계 및 제조와 관련한 12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전문위는 이미 한 차례 개최됐으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어 이번에 한 차례 더 개최된다. 이번에 의결이 이뤄지면 안건은 최종 단계인 산업기술보호위원회로 넘어가게 되며 보호위에서 의결이 이뤄지면 산업부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고시한다.

국가핵심기술은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술이다. 해외로 기술이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이를 막자는 취지로 지정 제도를 마련했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당 기술을 수출하거나 보유 기업이 매각 또는 인수합병(M&A) 될 때도 산업부에 사전 신고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기술 수출이나 인수합병 등이 국가 안보나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며 이를 중지 또는 금지시킬 수 있다.

500킬로볼트(kV)급 이상 초고압 케이블 기술은 현재 국내에서는 LS전선과 대한전선이 보유하고 있다. 이번 국가핵심기술 지정 검토는 대한전선의 중국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매각과 함께 관련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글로벌 전선업계 1·2위인 프리즈미안(이탈리아)와 넥상스(프랑스) 등은 이미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대한전선은 국내에서 인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후발주자인 중국으로의 인수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럽 업체들과 주로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기술을 확보한 중국 업체들의 추격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대한전선의 대주주가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라는 점도 중국과 같이 기업 가치를 가장 높게 인정해주는 곳에 매각할 것이라는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전선이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대주주인 IMM PE는 현재 대한전선 매각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 업체에 매각하는 것을 고려하거나 검토한 적도 없다”고 발표했음에도 이는 현 시점에 국한된 것으로 상황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른다는 게 국내 전선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관련 논의는 국내 대표업체 LS전선이 주도하고 있다. 전력망은 국가 기간 산업으로 특히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은 한·중·일·러 동북아 슈퍼그리드(전력망)의 핵심인만큼 당연히 국가핵심기술로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500㎸급 이상 초고압교류송전(HVAC)·초고압직류송전(HVDC) 시스템 기술을 모두 보유한 곳은 국내를 비롯, 유럽과 일본 등에서 7개 기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걸쳐 국산화한 고도의 핵심기술인 만큼 국가 핵심기술 지정은 중요한 기술의 유출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LS전선 측은 “기술 유출시 국내 전선업계가 저가공세에 시달리며 시장이 붕괴되는 악영향 뿐만 아니라 국가기반 시설인 전력망의 특성상 국가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미국도 초전도 케이블 등 주요 전력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업계의 우려를 반영하듯 전선조합도 지난달 28일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국가핵심기술 추가 지정에 찬성 입장으로 의견을 모았다. 일부 이견이 있었지만 국내 전선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 전선업체들은 중전압·저압 케이블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500kV급 초고압 시장과 큰 관계는 없다”면서도 “다만 대한전선의 해외 매각이 향후 국내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대한전선 전력 케이블(HV·EHV).ⓒ대한전전
반면 대한전선은 이미 중국도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핵심기술 지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회사가 지난 2010년 개발한 500kV급 HVAC 기술은 이미 중국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고 교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HVDC도 중국의 ZTT가 지난 2017년 국내 제품보다 고급형인 525㎸급 XLPE 케이블 개발까지 성공했다는 것이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은 500kV급 MI-PPL 케이블 개발엔 성공했지만 시장성이 높은 XLPE 기술은 개발 중이다.

다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업계에서는 중국이 500kV급 관련 기술들에 대해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은 만큼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하고 있어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는 기술 그 자체로만 가지고 평가해야 할 사안”이라면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중국에 매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지정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핵심기술로 지정되면 조인트벤처 등을 통한 해외 투자 유치도 막히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 어려움을 딛고 정상화한 기업의 성장 기회가 사라지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호소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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