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대선 갈등·유혈 사태 속 올해 첫 성적 급락
해외 사업서 비중 상당…"1회성 충당금 발생이 영향"
현지 대선 갈등·유혈 사태 속 올해 첫 성적 급락
해외 사업서 비중 상당…"1회성 충당금 발생이 영향"
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의 실적이 올해 들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치러진 대통령 선거를 둘러싸고 정치 불안이 걷잡을 수 확산되면서 하나은행 현지법인까지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하나은행의 해외 사업에서 인도네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남다른 터여서 부담이 상당할 전망이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PT Bank KEB Hana)의 당기순이익은 84억원으로 전년 동기(159억원) 대비 47.2%(75억원)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섣불리 예단할 시점은 아니지만, 이런 추세대로라면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의 올해 연간 순이익은 1년 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의 당기순이익은 438억원에 달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지 직원 100여명이 증가하면서 생긴 비용 확대와 현지 정권 불안에 따른 경기 침체로 1회성 충당금이 발생한 점 등이 인도네시아 법인 실적 감소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인도네시아 법인의 성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은 정치적 불안은 최근 진행된 대선을 기점으로 정점을 찍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대선 결과를 두고 불복 시비가 일면서 사회적 갈등이 폭발, 유혈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달 17일 치러진 대선 결과에 불복한 야권 지지자들이 벌인 폭력 시위로 이번 달 21일 밤부터 이틀 여 간 8명이 사망하고 700명이 넘게 부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은 시위 현장에서 300명 이상을 연행해 배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앞서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1일 새벽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이 55.5%의 득표율로 이번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야권 대선 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 총재는 44.50%를 득표하는 데 그쳤지만, 정부와 여당이 개표조작 등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며 선거 불복 의사를 밝혔다. 그는 헌법재판소에 선거 결과 불복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런 현실은 하나은행에게 남다른 짐이 될 수밖에 없다. 해외 사업의 상당 부분을 인도네시아에 기대고 있는 구조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인도네시아 법인의 당기순이익은 하나은행 해외 계열사들 가운데 중국 법인(544억원) 다음으로 많았다. 같은 해 말 기준 자산 규모 역시 인도네시아 법인이 3조5790억원으로 중국 법인(8조1071억원)의 뒤를 이었다.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과 비교해 봐도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의 덩치는 꽤 큰 편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의 자산은 각각 1조1178억원, 2조6002억원으로 하나은행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국민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의 자산이 7조4529억원으로 많기는 했지만, 해당 법인의 경우 국민은행의 지분율이 22.0%로 2대 주주인 상황이어서 직접 비교에는 무리가 있는 현실이다.
이런 여건 상 인도네시아에서의 영업 악화는 하나은행 글로벌 사업에 끼칠 여파가 클 전망이다. 더욱이 하나은행의 새 수장이 되면서 글로벌 부문 강화를 기치로 내걸었던 지 행장이 입장에서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지 행장은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 은행장을 역임한 국제통으로 평가된다. 2001년 하나은행 홍콩지점을 시작으로 중국 사업 기반을 닦으며 2017년까지 17년 간 해외에서 근무한 점이 특징이다.
지 행장은 지난 3월 하나은행장으로 공식 취임하면서 일성으로 글로벌 사업 확대를 천명했다. 그는 당시 "하나은행을 세계적 수준의 글로벌 은행으로 만들겠다"며 "글로벌 수익을 끌어 올려야 성장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세안 금융 시장은 국내에서 기대하기 힘든 수익성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선 매력적이지만, 여전히 사회적 불안 요소가 많아 불확실성이 크다는 측면은 단점"이라며 "공격적인 현지 사업 확대만큼이나 철저한 리스크 관리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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