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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대북정책 반대여론에 '과거회귀' 프레임 씌우기


입력 2019.04.02 00:00 수정 2019.04.02 06:10        이배운 기자

文대통령 "남북미 대화노력 못마땅해 해…갈등과 대결의 과거 돌아가려"

전문가 "당장의 평화분위기 중요한 것 아냐…포용적 태도 없어"

文대통령 "남북미 대화노력 못마땅해 해…갈등과 대결의 과거 돌아가려"
전문가 "당장의 평화분위기 중요한 것 아냐…포용적 태도 없어"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하는 여론을 겨냥해 "한미동맹 간 공조의 틈을 벌리고, 한반도 평화 물길을 되돌리려는 시도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안보태세에 대한 각계의 우려섞인 비판을 '과거의 남북갈등을 원하는 세력'으로 보겠다는 정파적 논리에 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해 이같이 밝힌 뒤 "일각에서 남북미의 대화 노력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갈등과 대결의 과거로 되돌아가려고 한다"며 "이는 국익과 한반도 미래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가 시작되기 이전의 긴박했던 위기 상황을 다시 떠올려 본다면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라며 "지금 대화가 실패로 끝난다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비슷한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2월 11일 개최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아직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가 과연 잘될까라는 의구심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며 "심지어 적대와 분쟁의 시대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듯 한 세력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낙연 총리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달 19일 진행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안보태세를)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는 야당 의원의 비판에 대해 이 총리는 "과거를 말하는 건가? 핵을 쏘고 미사일을 쏘던 때로?"라고 받아쳤다.

이 총리는 이어 "재작년 11월까지 북한은 미사일을 쐈고, 9월까지도 핵실험을 했다. 그런 도발이 없어진 지 1년 4개월이 됐다"고 정부의 한반도 외교를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이에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이 도마에 오르고 미사일 발사장 재건 등 도발적 움직임을 드러내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불통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당장의 평화 분위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리 안보를 보장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며 "체임벌린 영국 총리가 히틀러와 평화협정을 맺고 '내가 평화를 가져왔다'고 외쳤다가 고작 1년 만에 세계대전이 터졌고, 이와 비슷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북한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전쟁과 긴장을 바라서가 아니라 역사의 교훈에 비쳐 장기적인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정파적 논리로 간주하고 '전쟁광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북한의 오판을 야기할 뿐이다"고 강조했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재작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쏜 북한은 비로소 미국과 거래가 가능해졌다는 계산을 깔고 협상 테이블로 나왔을 뿐"이라며 "그 전에 한반도 평화분위기 마련에 우리 정부가 한 것이 과연 무엇이 있냐"고 반문했다.

신 전 차장은 이어 "북한이 지난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안 한 것은 단지 미국과 대화하기 위한 것이지 우리 정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핵 보유국이 되려는 전략에 따른 도발 중단을 비핵화 진정성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또 손용우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판문점·평양선언을 내세우며 한반도 평화가 도래했다고 말하지만 북한은 평화분위기를 조성했다가 갑자기 위기를 조성해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전략을 수십년간 반복해왔다"며 "지금은 단지 평화분위기를 조성하는 사이클에 있을 뿐, 진정한 의미의 평화와 비핵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굳건한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대통령의 발언은 환영할만 하다"면서도 "다만 외교 정책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이들을 포용하는 발언을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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