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감원’인데…현대차 '자연감소' 논의마저 진통
GM 이어 포드, 폭스바겐 등 감원 잇따라
현대차 노조 "인력수요 감소 감안해도 충원 필요" 사측 압박
GM 이어 포드, 폭스바겐 등 감원 잇따라
현대차 노조 "인력수요 감소 감안해도 충원 필요" 사측 압박
자동차 시장의 공급과잉과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자동차 업계의 감원 추세를 이끌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자동차 업체인 현대자동차는 인위적인 감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법적인 현실에서 ‘정년퇴직자 자연감소’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하지만 이마저도 노조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잇달아 감원에 나서고 있다. 미국 포드는 지난 15일 비용절감을 위해 독일에서 5000명을 감원하고 영국에서는 그보다 많은 인원을 구조조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13일에는 독일 폭스바겐도 향후 5년간 직원 7000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는 이미 지난해 11월 본국인 미국에서만 1만4000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으며, 재규어랜드로버도 연초 4500명의 인력 감축을 올해 중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공격적 투자’가 미덕이었던 자동차 업계였지만 이제 감원은 대세가 됐다. 주요 시장에서 산업 수요가 정체되며 과거 경쟁적으로 양적 성장에 매진한 결과물이 과잉 설비로 남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전환은 감원 추세의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 중에서도 상당히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업종에 속했지만 앞으로는 인력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자동차 제조공정 중 철판을 찍어 형태를 만드는 일이나 이를 용접해 차체를 만드는 일, 차체에 색을 입히는 일은 100% 기계가 한다. 사람이 투입되는 일은 형태가 거의 갖춰진 차에 구동부품과 내장부품 등을 조립하는 정도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제치고 자동차 업계의 주류로 떠오를 경우 이런 인력 수요마저 줄어든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구조가 단순하다.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3만여개에 달하지만 전기차는 그보다 37%가량 적어 생산 인력도 20~30%가량 덜 필요하다.
여기에 로봇 기술의 진화와 물류 효율화까지 더해지면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인원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 자동차 업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이같은 감원 추세를 거스를 수 없다. 하지만 국내 공장에서는 기업이 파산 위기에 처하지 않는 이상 감원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다.
노동계도 이같은 산업구조의 변화를 인지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미래 자동차 산업 변화에 대비해 사측에 특별 고용안정위원회를 요구해 온 것도 그 때문이다.
현대차가 내놓은 해결책은 ‘정년퇴직자 자연감소’다. 사측은 최근 특별 고용안정위원회에서 노조 지도부에 전기차 생산 확대로 2025년까지 인력이 20%가량 불필요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 3만5000여명 중 7000명가량의 잉여인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인위적인 감원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현대차는 매년 발생하는 정년퇴직자를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잉여인력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고용안정’을 충족시키면서도 잉여인력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문제는 노조가 일정 수준의 인력 채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는 생산 투입 수요 인력이 줄더라도 자연 인력감소분이 인력 수요 감소를 크게 초과하는 만큼 2025년까지 1만명은 충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누적 정년퇴직자는 1만7500명으로, 전기차, 자동화 등 인력감소 예상 규모(7000명)를 감안하더라도 1만명을 신규 충원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년퇴직으로 감소되는 인원 전원을 충원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사측은 수치상 증감을 떠나 회사의 채용계획과 인력 유지 과정에서 노조가 간섭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년퇴직을 포함한 인력 변동은 유동적일 수 있어 어느 시점까지 몇 명을 충원한다는 계획을 현 시점에서 정해놓는 것은 무리”라며 “노조와 협의는 거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채용계획은 사측이 산업 수요와 경영상황을 고려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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