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베이징 1공장 내달 가동중단…판매부진 여파
"폐쇄 아닌 중단 개념…고정비 절감 차원"
현대자동차가 중국 현지 합작 생산법인인 베이징현대 1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판매 부진 장기화로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지면서 이뤄진 설비 구조조정이다.
7일 현대차에 따르면 베이징현대는 설립 직후인 2002년 처음으로 가동한 베이징 1공장의 가동을 내달 중 중단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속된 판매부진으로 그간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이 검토돼 왔으며, 가동률을 낮게 가져가는 것 보다는 노후설비인 1공장 가동을 중단해 고정비를 절감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베이징현대는 베이징 1~3공장 직원 중 2000명 가량을 구조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공장 잔류 직원은 2, 3공장으로 분산 배치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 2002년 중국 베이징기차와 50대 50 지분율로 베이징현대를 설립하며 중국에 진출한 이후 매년 고속성장을 이뤘다. 특히 2013년 연간 생산판매 100만대를 돌파한 이후 2016년까지 4년간 100만대 이상을 유지했다.
고속 성장에 발맞춰 중국 내 생산능력도 빠르게 확대됐다. 베이징 1~3공장(105만대)에 이어 2016년 창저우 4공장(30만대), 2017년 충칭 5공장(30만대)을 추가로 가동했다. 연간 승용차 생산능력만 165만대에 달한다.
2014년 가동을 시작한 상용차 전용 공장인 쓰촨현대(16만대)까지 합치면 연 181만대 생산체제를 갖췄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사드 배치 여파로 판매량이 82만대로 급감했고, 지난해는 79만대까지 떨어지면서 중국 내 생산능력의 절반가량이 과잉설비로 남게 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이 지난해 11월 보임 후 사실상 첫 쇄신 인사를 단행하면서 실적이 부진한 중국사업 부문을 물갈이하기까지 했다. 당시 중국연구소와 지주사, 생산본부 등 중국사업본부에서만 20여명의 임원이 교체됐다.
하지만 사드 배치 여파에 중국 경기둔화까지 겹치며 현대차도 구조조정으로 떠밀릴 수밖에 없게 됐다. 그 결과 가장 오래된 설비인 베이징 1공장 가동을 중단하게 된 것이다.
다만 현대차는 이번 조치가 베이징 1공장의 완전 폐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 상황이 나아지면 가동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불과 2~3년 전 신공장 2개를 가동해 놓고 설비 한 곳을 폐쇄한다는 것은 투자계획의 실패를 자인하는 모양새가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셧다운(폐쇄)가 아닌 서스펜션(중단) 개념으로 봐야 한다”면서 “일단은 고정비를 줄이고 다른 공장들의 가동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회복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2월 정의선 수석부회장 주재로 개최한 해외법인장회의에서 중국 시장에 신형 ix25와 싼타페, 쏘나타, K3, KX3 등 중국 전략 차종들을 올해 대거 출시해 시장 회복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세운 바 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