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김치 수출 증가세…적합업종 선정 땐 대기업 생산 시설 증설 불가
외국계 기업과의 역차별, 소비자 편의성 저하 등 해결과제로
포장김치 수출 증가세…적합업종 선정 땐 대기업 생산 시설 증설 불가
외국계 기업과의 역차별, 소비자 편의성 저하 등 해결과제로
정부의 적합업종 제도에 대해 유통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자발적인 상생 환경을 마련하는 데서 나아가 정부가 규제를 통해 강제하는 형태로 압박하다 보니 오히려 업계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적합업종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외국계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까지 거론되면서 대기업은 물론 보호대상인 중소기업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을 기점으로 제과점업 등 7개 업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만료를 맞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시행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로 인해 적합업종 지정 제도는 강제력을 가진 제도로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풀리는 업종을 대상으로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관련 업종 및 품목으로 지정되면 대‧중견기업은 해당 산업에서 5년간 사업 인수와 개시, 확장이 금지된다.
민간 합의로 운영되던 중기 적합업종과 달리 생계형 적합업종은 정부가 직접 지정하는 등 정부 영향력이 커졌고, 징역‧벌금 등 이행 강제력도 생겼다.
한층 강화된 적합업종 제도에 대해 유통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상생’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오히려 업계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예로 김치와 프랜차이즈 제과점업을 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생계형 적합업종 품목으로 지정된 김치는 관련 협의를 거쳐 올 여름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김치는 한류세계화 핵심 품목으로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9750만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중국산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갈수록 중국산 김치 수입이 늘면서 매년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급식이나 식당 등 업소용 시장의 중국산 비중은 이미 60%를 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식을 대표하는 음식이지만 중국산에 안방을 내주고 수출에 매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다 보니 기존 음식점이나 급식업체에 김치를 납품하고 있던 소규모 김치업체들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임대료, 인건비 등 지출이 증가하면서 음식점 사장들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김치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김치의 경우 냉장유통이 가능해야 하는데 인프라 시설이 열악하다 보니 생산시설에서 거리가 먼 곳은 공급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영세한 김치업체의 경우 대부분 수작업으로 작업하다 보니 생산 효율이 낮아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과 가격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다 보니 소상공인 보다는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중국 등 해외 기업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치업계 관계자는 “포장김치 해외 수출 물량이 늘고 있는데 생계형 적합업종에 김치가 포함되면 생산량을 맞추기 위한 인수합병이나 생산 설비 확대 등 투자를 할 수 없게 된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해외에 생산 공장을 세우는 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업도 비슷한 처지다. 매년 전년 매장 수 대비 2% 수준의 출점만 허용하다 보니 기존 매장 수를 유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제과점 출점이 제한된 사이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온 외국계 빵집 매장을 빠르게 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국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매장 수는 최근 3년(2015~2017) 간 각각 3.5%, 4.9% 증가했다.
반면 곤트란쉐리에는 2015년 3곳에서 현재 32곳으로 10배 넘게 늘었고, 2017년 가맹사업을 시작한 브리오슈도레는 현재 11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단순 매장 수만 놓고 비교하면 외국계 빵집 숫자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외국계 기업은 적합업종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정한 경쟁을 지원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시장 공정성을 저해한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또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소비자 편의성이 무시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상대적으로 품질이 낮은 중소기업 제품으로 한정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기업과 경쟁을 해야 할 상황에 오히려 정부가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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