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리설주 '김정은 모시기'…북한사회 남존여비 반영
통일연구원 "유일체계·부자세습체제 공고화로 전근대적 가족 전통 회귀"
김여정·리설주 '김정은 모시기'…북한사회 남존여비 반영
통일연구원 "유일체계·부자세습체제 공고화로 전근대적 가족 전통 회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담배에 불을 붙이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재떨이를 들어준 모습이 포착됐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북한의 '남존여비' 사상 및 가부장 문화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본 민영방송 TBS 계열의 JNN은 지난 26일 베트남으로 향하던 김 위원장이 중국의 한 역 플랫폼에서 휴식을 취하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도했다. 이에 여동생인 김 부부장은 두 손으로 재떨이를 공손하게 받쳐 들었다.
이 장면은 북한 당국의 철저한 호위를 뚫고 촬영된 것으로, 베일에 가려져있는 '백두혈통' 일가의 평상시 모습이 부분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비슷한 장면은 지난해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도 포착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방북한 우리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백두산 천지에 올라 '손가락 하트' 자세를 취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때 부인인 리설주 여사는 김 위원장의 팔을 공손하게 받쳐 들었다.
남여 불평등 해소 움직임이 활발한 우리와 달리 북한은 전통적인 가부장제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 사적단체 결성 및 시위가 철저하게 금지되는 체제 특성상 자생적인 성평등 운동 발생 가능성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일연구원이 펴낸 '2018 북한인권백서'는 "북한 당국은 '조선민주녀성동맹'을 내세워 성평등 인식의 제고를 위해 노력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남존여비의 고정관념과 성역할의 정형화는 주민들의 인식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백서에 따르면 2010년에 탈북한 한 50대 여성은 "북한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생물학적으로 열등하다고 생각되고 있다"며 "여자는 가정적인 부분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2015년에 탈북한 30대 여성은 "남자는 사회적 존재라 장사가 아닌 직장을 다녀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남자의 소유물이다"고 증언했다.
2013년에 탈북한 20대 여성은 "여자가 남자의 절반으로 대접 받고 남자를 존대한다"고 말했고, 2012년에 탈북한 20대 여성은 "남존여비 사상이 여전히 팽배하고, 길에서 여성의 옷차림과 머리 등에 대한 단속이 매우 심하다"고 증언했다.
이외에도 2016년 당 중앙위원회 위원 129명 중 여성은 4명에 불과할 정도로 북한 여성의 정치 참여율은 저조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가정에서는 가사 및 양육분담이 이루어지지 않아 여성들의 노동 부담이 가중되고, 가정폭력 및 성범죄도 사회 도처에 만연해 있다는 평가다.
인권백서는 "정권 초기의 북한은 유교사상의 권위적 가족제도가 사회주의 혁명에 장애가 된다고 보고 이를 해소하는 것을 중요한 과업으로 내세웠다"며 "그러나 1970년대 이래 김일성 유일체계와 부자세습체제가 공고화되면서 가족관계에서 전근대적인 전통이 다시 강조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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