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까지 나서서 카드 수수료 인상에 힘 실어줘
손실 보전 위해 소비자 혜택 줄일 것이란 전망도…소비자 이탈 우려도 공존
금융당국까지 나서서 카드 수수료 인상에 힘 실어줘
손실 보전 위해 소비자 혜택 줄일 것이란 전망도…소비자 이탈 우려도 공존
내달 카드수수료 인상을 앞두고 유통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대형 유통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로 신규 출점이 제한되고, 온라인 시장 확대로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암초를 만난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에 카드 수수료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일각에서는 유통업계가 수익성 보전을 위해 소비자 혜택을 줄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8개 카드사는 내달부터 연매출 500억원 이상의 가맹점에 대해 카드 수수료율을 최대 0.3%포인트 올리겠다고 지난달 말 통보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와 백화점 그리고 대형 프랜차이즈 등은 카드 회사들과 개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유통업계의 경우 거래 금액이 크다 보니 카드 회사 입장에서는 우량 고객에 속한다. 때문에 수수료율 협상에서도 주도적으로 협상을 이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 19일 금융당국이 나서서 대형 가맹점들이 카드사 수수료 인상 통보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고 낮은 수수료를 고집할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경고장까지 날리면서 유통업계의 반발은 더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법적 처벌을 언급한 것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을 근거로 한 것이다. 대형 가맹점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사문화된 법이기는 하지만 정부까지 나서서 유통업계를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로서는 불만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수수료율 협상은 카드사와 개별 가맹점 간 협의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나서서 직접적인 압박을 하는 모양새라 부담이 크다. 사실상 수수료율 인상을 그냥 받아들이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소상공인, 자영업자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면서 카드사들이 수익 보전을 위해 대형 가맹점 수수료를 인상하는 것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면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정책은 중소 상공인과의 상생이 아니라 유통업계 생태계를 망치는 악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통업에 대한 계속된 규제로 힘든 상황인데 악재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라면서도 “업계 입장에서는 정부에 이렇다 할 불만도 제기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397억원으로 2017년과 비교해 26.4% 줄었다. 매장 수는 2016년 147개에서 2017년 145개, 2018년 143개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4억원으로 전년 대비 79.0% 급감했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에는 81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를 기록했다.
신규 출점 제한으로 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인건비는 늘고 온라인 쇼핑 시장으로 소비자들이 이동하면서 생긴 결과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형마트의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2.3% 줄었다. 2015년부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 동안 고성장을 지속했던 편의점 업계도 영업이익률이 3%대로 내려앉으며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수수료율 인상을 받아들이는 대신 소비자 혜택을 줄일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카드사가 수익 보전을 위해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을 올리는 것처럼 업계도 수익을 지키기 위해 할부 서비스나 무료배송 등 혜택을 줄여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온라인 시장으로 소비자들이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라 혜택을 줄일 경우 소비자들의 이탈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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