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체 “종전에 연연하지 않겠다” 발언후 관련 언급 無
종전선언 필요성 ‘애매’…비핵화 추가조치와 등가성 안맞아
北매체 “종전에 연연하지 않겠다” 발언후 관련 언급 無
종전선언 필요성 ‘애매’…비핵화 추가조치와 등가성 안맞아
오는 27일 베트남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인 가운데 남·북·미·중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종전선언에 합의 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 국정연설에 앞서 현지매체 앵커들을 만나 “이달 말 해외 방문 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계획이다”고 언급했다.
이에 각계에서는 북·미·중 정상이 베트남에 모여 연쇄 회동을 개최하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합류할 경우 다자협상의 장이 마련되면서 종전선언 논의가 가속화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핵심 당사국인 북한이 정작 종전선언에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실제로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0월 2일 ‘종전은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종전은 비핵화 조치와 바꾸어먹을 흥정물이 아니다”며 “미국이 종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구태여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통신은 이어 “미국은 종전선언에 응해주는 대가로 북조선으로부터 핵계획신고·검증은 물론 녕변핵시설페기나 미싸일시설페기 등을 받아내야 한다는 황당무계하기 짝이없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고, 이후 4개월 동안 종전선언 관련 언급을 일체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북측이 종전선언의 가치를 평가 절하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과 3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으로 평화협정 체결과 비슷한 효과를 얻은 탓에 종전선언의 중요성도 그만큼 낮아졌다는 것이다.
북미 양 정상은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마치고 발표한 센토사 합의문에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양국 국민들의 바람에 따라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한다”고 명시했다. 합의문에 언급된 ‘새로운 북미관계’는 그간의 적대관계 청산 및 군사적 긴장 완화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남북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를 이어 나가겠다“고 발표했고, 남북 군사분야합의문에는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합의를 통해 북한이 체제불안의 주요 요인이었던 외부(한미)의 침략 가능성에 따른 안보 위기감을 해소하고 경제 등 다른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특사단 자격으로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종전선언은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 동맹 약화와는 상관이 없다”고 언급하면서 종전선언의 전략적 효용을 스스로 낮췄다.
핵무기·시설 폐기 조치는 ‘불가역적’인 반면에 종전선언은 국제법적 강제성이 없고 향후 한미 정권교체 및 국제정세 변동에 따라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정치적 선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의 후임 정권이 북한에 우호적일 것이라고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측은 종전선언과 핵폐기를 맞바꾸는 것은 등가성에 맞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종전선언은 대북제재 해제 주장의 근거가 되고 국제사회에서 여론전을 펼치는데 쓰일 수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정상국가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고 북한 사회 내부에 외교적 성과물로 과시함으로써 체제 안정성을 공고화할 수 있다. 쓸모나 이익이 크지는 않지만 버리기도 아까운 이른바 ‘계륵’과 같은 사안인 셈이다.
김상기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남북은 지난해 평화과정에서 이미 사실상 종전을 선언했고 군비통제 단계를 밟고 있다”며 “종전선언은 평화협정 체결의 어려움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의 소산인 만큼, 종전선언 선행 없이 평화협정 협상 직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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