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수준의 퀄리티에도 가격은 더 저렴, HMR 비해 종류도 다양
새벽배송 등 물류산업 발달도 한 몫…식품업체, 백화점 등 유통업계 진출 러시
#가정주부 박모씨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스테이크와 스파게티, 샐러드로 구성된 4만원 상당의 홈파티 밀키트를 주문했다. 냉동 또는 레토르트 식품위주인 가정간편식에 비해 종류가 다양하고 상대적으로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씨는 “4인 가족이 밖에서 삼겹살을 먹어도 보통 9~10만원은 나오는데 집에서 간편하게 먹으면서 가격도 절반 수준으로 저렴해 앞으로도 종종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가 밀키트(Meal Kit)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가정간편식(HMR)이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면, 밀키트는 1인 가구와 다인 가구 모두를 아우르며 시장을 급격하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밀키트는 준비된 재료와 소스를 직접 조리하는 방식으로, 단순히 조리된 음식을 데워먹는 HMR에 비해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고, 거의 모든 음식에 적용이 가능해 HMR에 종류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명절음식은 물론 홈파티 메뉴로 각광 받으면서 시장에 진출하는 식품‧유통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다.
밀키트 시장은 지난 2012년 미국의 스타트업 업체인 블루에이프런이 신개념 식재료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작됐다. 이후 지난해 아마존이 밀키트 사업에 진출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고, 최근에는 미국 최대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월마트가 연내 250개 지역, 2000개 매장에서 밀키트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힘에 따라 시장 성장성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도 미국과 비슷한 시장 형성 양상을 보이고 있다. 1~2년 전 스타트업에서 시작된 한국 밀키트는 한국야쿠르트, GS리테일 등 식품‧유통기업들이 잇따라 시장에 진출하고, 새벽배송 등 물류산업 발달이 뒷받침 되면서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밀키트 브랜드 심플리쿡(SIMPLY COOK)은 기존 온라인 중심 판매에서 본격적인 오프라인 판매로 전략을 수정했다. 최근 전국 GS수퍼마켓 300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한데 이어, 내년 1월부터는 수도권 GS25 점포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심플리쿡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올 3월 팝업스토어를 오픈 한 것을 시작으로 GS수퍼마켓 거점 점포를 지정해 각 지역과 상권, 연령별 테스트를 단계별로 수차례 거치며 관련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를 활용해 GS수퍼마켓과 GS25의 업태 특성을 감안한 최적의 용량과 메뉴를 적용한 전용 상품을 개발, 시장 전체를 키워나가며 업계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꼼꼼하게 상품을 살펴보고 사는 3040 주부 고객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GS수퍼마켓에서 판매되는 밀키트 제품은 신선한 식재료가 들여다보일 수 있도록 투명한 전용 패키지를 적용했으며, 업태 특성을 감안해 4인분까지 용량을 늘린 상품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1~2인 취식이 많은 상황을 감안한 용량과 가격대를 설정, 많은 고객들이 부담 없이 구매 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밀키트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야쿠르트는 자사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한 배송망을 구축하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7월 간편식 브랜드 ‘잇츠온’을 론칭한 이후 30여종의 밀키트 메뉴를 출시하고, 1년여 만에 약 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1년간 ‘잇츠온’ 판매량은 345만개로, 하루 평균 약 1만개 가량 팔린 셈이다. 최근에는 유명 셰프들과 협업해 셰프들의 노하우가 담긴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4월 백화점업계에서 처음으로 밀키트 시장에 진출했다. 서울 강남의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 ‘그랑씨엘’의 이송희 셰프와 손잡고 프리미엄 밀키트 ‘셰프박스(Chef Box)’를 론칭 한 것.
셰프박스는 현대백화점이 채소·고기·생선·장류 등 전국 팔도의 특산물을 식재료로 공급하고, 레스토랑에서 재료 손질과 레시피 개발해 별도의 준비과정 없이 조리할 수 있게 제작했다. 이송희 셰프가 직접 만든 레시피 카드도 함께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6월 간편가정식 전문기업 마이셰프와 손잡고 프리미엄 밀키트 제품을 선보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밀키트는 탕, 국 등에 한정돼 있는 가정간편식에 비해 메뉴가 훨씬 다양하고 외식 메뉴와 비슷한 퀄리티에도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라며 “초기에는 온라인 위주로 판매됐지만 최근엔 홈쇼핑, 오프라인 매장 등으로 판매 채널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