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데일리안 2018 결산] 개헌으로 떠오른 해, 선거제 개편으로 저물며 '용두사미'


입력 2018.12.26 04:00 수정 2018.12.25 19:43        정도원 기자

文대통령, 신년기자회견서 "4년 중임이 바람직"

제왕적 대통령제 병폐 손도 못댄 대통령 개헌안

정치권 일축…국회서 투표불성립으로 자동폐기

文대통령, 신년기자회견서 "4년 중임이 바람직"
과거 "내각제가 훨씬 좋은 제도" 소신과 달라져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월 10일 신년기자회견을 한 시민이 보도전문채널 생중계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그 어느 해보다 제왕적 대통령제 수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던 해였으나, 개헌의 호기를 놓치며 국가운영 시스템에 관한 논의는 선거제도 개편으로 범위가 축소됐다.

정체불명의 여인이 청와대에 무시로 드나들며 여권 핵심실세도 못하던 대통령과의 독대를 하고, 비서실장·민정수석은 권한 밖의 인사 개입과 전횡에 몰두하며, 정무수석은 국회의장과 집권여당 원내대표를 겁박하던 제왕적 대통령제의 모순이 폭발한 결과로 탄생한 게 이번 정부였다.

따라서 새 정부 2년차를 보내는 올해, 정치권과 학계는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는 권력을 과감히 내려놓는 개헌을 통해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개헌 구상은 이와는 동떨어져 있었다.

문 대통령은 올해 1월 10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며 "권력구조를 어떻게 개편할지 하나의 합의를 이뤄낼 수 없다면, 그 부분에 대한 개헌은 다음으로 미루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본인이 스스로 밝혔던 권력구조에 관한 소신과도 배치된다는 점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이던 지난 2012년 7월 "대통령제보다는 내각제가 훨씬 좋은 제도"라며 "세계적 대세로 보더라도 민주주의가 발전된 대부분의 나라들이 내각제를 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대통령 주변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가 끊임없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박상기 "4년 중임할 바엔 지금 이대로가 낫다"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할 때에는 사라진 소신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장.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안을 들고나오며, 2월 13일 헌법학 전공도 아닌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출범을 강행했다. 이어 3월 20일부터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3일에 걸쳐 대통령 개헌안을 공개 발표했다.

대통령 개헌안을 국무위원인 내각 각료가 아닌 일개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발표하는 게 적절한지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주무부처 장관인 박상기 법무장관이 발표해야 격에 맞았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다. 헌법 제89조 3호에 따라 국무회의의 필수적 심의사항인 개헌안을 국무회의 심의조차 거치지 않고 먼저 발표하는 위헌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이를 의식한 청와대는 3월 26일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모친상을 치르고 있던 상주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불러내 국무회의를 주재하게 한 결과, 개헌안은 40분 만에 일사천리로 의결됐다.

앞서 박상기 법무장관은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던 2016년 12월 '시사인' 기고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현행 대통령제가 얼마나 문제가 많고 위험한 제도인지 여실히 드러냈다"며 "대통령만 바꾼다고 해서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행 대통령제는 대부분 독재 국가의 정부형태로,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에 의해 권력이 사유화된다"며 "선거 과정에서는 포장된 이미지로 대통령 개인의 능력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4년 중임 대통령제 정치체제를 선택할 바에야 지금 이대로가 오히려 낫다"고까지 일갈했던 박상기 법무장관이었지만, 정작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발의한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안을 심의하던 중에는 이러한 소신의 목소리는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제왕적 대통령제 병폐 손도 못댄 대통령 개헌안
정치권 일축…국회서 투표불성립으로 자동폐기


바른미래당 박주선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등이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발의한 개헌안을 철회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러한 절차를 통해 발의된 대통령 개헌안을 정치권이 일축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율사 출신 한국당 의원은 "대통령 개헌안은 개헌의 핵심 과제인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 분산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개헌안이었다"며 "국가원수와 정부수반의 지위도 분리되지 않았으며, 대통령이 대법원장 임명권을 고수한 것도 문제였다. 4년 중임제로 제왕적 대통령의 임기만 잡아늘려놨던 개헌안"이라고 지적했다.

헌법 제130조 1항에 따라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60일 이내에 국회에서 표결에 부쳐야 하지만, 만기인 5월 24일 투표불성립으로 폐기됐다. 정치권은 곧바로 지방선거에 돌입하면서 유례없는 호기를 맞이했던 개헌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국민투표를 하는 방안이 무산됐다면, 다음의 호기는 2020년 총선과 동시에 개헌투표를 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올 하반기부터 개헌 논의를 다시 시작하는 게 필요했는데, 개헌론은 재점화되지 못하고 종속변수인 선거제도 논의만 불붙었다.

개헌론 사라지고 선거제도 논의로 한 해 저물어
"사표 가장 많이 생기는 건 대선인데"…용두사미


문재인 대통령이 3월 26일 발의했던 개헌안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병폐를 그대로 담고 있는 등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던 관계로 정치권의 반발을 사, 결국 5월 24일 표결에 부쳐지지조차 못한 채 투표불성립으로 폐기 수순을 밟았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은 하반기 들어 '민심 그대로' 선거 결과를 반영하자며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강공을 펼쳤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단 두 나라, 독일과 뉴질랜드 뿐인데, 이들 나라에서는 '민심 그대로' 의석을 분배하는 게 곧 권력의 분배가 맞다"며 "두 나라 다 의원내각제 국가이기 때문에 국회 의석이 곧 권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어, 대선에서 한 표라도 많은 표를 얻은 세력이 권력을 100% 독점한다"며 "의석 배분과 권력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단언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채택을 주장하는 세력이 내세우는 것이 '사표 방지'다. 이와 관련해 유기준 한국당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사표가 가장 많이 생기는 선거는 바로 대통령 선거"라며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은 41%였다"고 꼬집었다. 41%의 득표율로 100%의 권력을 독점할 수 있는 대선이 '민심 그대로'라는 측면에서 볼 때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개헌론으로 떠올랐던 한 해가 고작 선거제도 개편을 놓고 갑론을박하면서 저물게 된 것은 용두사미 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상기 법무장관은 2016년 12월 '시사인' 기고에서 "대통령제는 승자 독식 구조로 권력 독점의 폐해가 망라된 정치제도"라며 "패배한 후보자를 지지한 유권자의 의견은 무시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대안은 의원내각제로의 개헌"이라며, 득표율과 일치하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로의 개편은 그 전제조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