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취재하라"고 했지만 첩보문건 공개에 '쩔쩔'
'직속상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직접 마이크잡아
"개별취재하라"고 했지만 첩보문건 공개에 '쩔쩔'
'직속상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직접 마이크잡아
청와대의 '무대응 전략'은 5시간만에 무너졌다. 자유한국당이 19일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첩보보고서 목록 자료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공개된 사진자료에는 야권 인사는 물론 언론, 기업인, 교수 등에 대해 사찰을 벌인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앞서 청와대는 특감반 논란에 '무대응'으로 태도를 바꿨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오후 1시 50분 브리핑에서 "앞으로는 이 건에 대해서 저나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아니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개별적으로 취재해 달라"고 밝혔다.
일부언론의 '급이 맞지 않은 대치전선',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라는 지적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향후 청와대가 전면적 대응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특감반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피하려면 '무대응의 대응'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계산이 깔린 방어전술이었다.
하지만 한국당이 이날 오후 첩보보고서 목록을 공개하며 논란의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결국 박형철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이 이날 오후 6시 50분 직접 춘추관 브리핑룸을 찾아 마이크를 잡았다. 박 비서관은 김 수사관의 직속상관이었다.
金 '자료' 들이미는데...靑 '기억'에 의존한 해명
박 비서관은 공개된 첩보보고 자료에 대해 "상부지시 없이 생산된 문건"이라며 첩보목록 내용 가운데 일부는 상부에 보고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자살 관련 동향 ▲한국자산공사 비상임이사 송창달 홍준표 대선자금 모금 시도 ▲조선일보, BH의 홍석현 회장의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검토 등 불법사찰 의혹이 짙은 사안에 대해선 "폐기한 보고서"라고 했다.
박 비서관은 "(공개된) 보고서에 대해서는 자료가 없는 한도 내에서 기억을 더듬어 답변을 했다"며 "비위 혐의자의 일방적인 주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 김 수사관과 관련된 부적절한 내용의 보고서를 모두 폐기했다고 밝힌 청와대는 오로지 '기억'에 의존해 해명을 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도 "보고를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특감반장의 기억으로는", "기억에 의존해서 복기하고 있다" 등으로 설명했다.
의혹을 제기한 김 수사관 측에선 문서와 자료를 꺼내들고 있으니 청와대의 대응 논리 역시 시간이 갈수록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억과 사실', '적법과 선의'의 경계에서 버티는 상황이 결국 밑천을 드러낼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미꾸라지', '불순물', '유전자' 등의 비유와 은유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이날 청와대의 해명은 눈시울을 붉히는 감정 섞인 호소로 이어졌다. 박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반부패비서관으로서 명예를 걸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 왔다"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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