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상비약 심의위, 올해 딱 1번 회의…추가 논의는 내년으로
"상비약 제도 철회해야" vs "구매 편의성 고려해야"…입장차 여전
안전상비약 심의위, 올해 딱 1번 회의…추가 논의는 내년으로
"상비약 제도 철회해야" vs "구매 편의성 고려해야"…입장차 여전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조정하는 논의가 결국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관련 협의체가 구성된 지 2년이 돼 가지만 상비약을 둘러싼 의견차가 여전히 극심해 앞으로의 논의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19일 보건복지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한해 열린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조정위원회(이하 심의위) 회의는 지난 8월 8일 개최된 제6차 회의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작년 3월 심의위 첫 회의를 열고, 같은 해 12월까지 총 5번의 회의를 소집해 안전상비약 품목 조정을 논의해왔다.
품목 조정이란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13개 일반의약품 중에서 수요가 낮은 것은 상비약에서 제외하거나, 야간 및 휴일에 시급히 사용할 필요가 높은 것은 추가 지정하는 것을 말한다. 복지부는 품목조정 논의를 위해 시민단체, 약학회, 의약회, 공공보건기관 등에서 추천한 위원 10명이 참여하는 심의위를 운영 중이다.
현재 상비약에 지정된 일반의약품은 타이레놀·부루펜 등 해열진통제와 판콜·판피린 등 감기약, 베아제·훼스탈 등 소화제 및 제일쿨파프·신신파스 등 13종이다.
심의위 측은 6차 회의가 끝난 뒤 "제산제 효능군, 지사제 효능군에 대해 품목 추가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나왔다"며 "개별 품목 선정과 관련된 상비약 안전성 기준의 적합 여부 등을 차후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 회의에서는 13개 품목 중 판매가 저조한 2개 품목을 제외하고 보령제약 갤포스(제산제)와 대웅제약 스멕타(지사제) 등 2품목을 추가하는 안을 채택하려고 했다. 그러나 판매량이 가장 높은 타이레놀을 제외해야 한다는 약사단체의 주장에 부딪혀 표결에 이르지 못했다.
약사단체는 안전성 문제를 들어 타이레놀 500mg 등을 편의점 판매 약에서 제외하도록 요구해왔다. 이에 심의위는 상비약 안전성 기준을 의약전문가 자문단의 검토를 받아 정하기로 했다. 약학회와 의약회에 자문위원 추천을 요청했으나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또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상비약 품목 조정 논의를 심의위가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다각도로 검토하겠다"며 긍정적 답변을 내놨다.
복지부 측은 중앙약심과 전문가 자문단 회의까지 거쳐야 하는 만큼 품목 조정 논의는 내년 초에나 재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가운데 약사단체와 편의점업계, 소비자단체 간 입장차는 크게 벌어지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편의점약 판매업소의 규정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지난 17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조사 대상 837개소 중 편의점약 판매 준수사항을 지키며 판매하고 있는 곳은 14%(117개소)에 불과했고, 나머지 86%(720개소)는 1건~6건의 규정을 위반했다.
규정 위반 사항으로는 '1회 판매 수량 제한'이 대표적이다. 이 규정은 1회 판매 수량을 상비약별 1개 포장단위로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모든 조사 대상 판매점이 POS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2개 이상 판매 제한을 회피할 목적으로 각각 결제하거나 서로 다른 POS 기기에 태그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법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약사회 측 설명이다.
약사회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상비약 판매업소가 규정을 위반하는 문제가 여전하다"며 "편의점 상비약 판매제도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편의점업계와 소비자단체에서는 편의점 약 판매를 확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고려대 산학협력단 최상은 교수의 상비약 품목 관련 설문조사를 인용해 '부족하므로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43.4%인 반면 '축소해야 한다'는 2.9%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같은 약이라도 약국에서 팔면 안전하고 편의점에서 팔면 부작용 위험이 크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편의점은 응급 구호에 필요한 안전상비약을 판매하고, 재난 시 구호물품을 공급하는 등 공적 인프라로 정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완제의약품 유통정보 통계집에 따르면 편의점 상비약 공급금액은 2013년 154억3900만원에서 지난해 344억7200만원으로 최근 5년새 2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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