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폭격기 한반도 비행 중단…'먼저 요청했다' 말 못하는 정부
북한 이해관계 대변 · 안보약화 비판 여론 고려한 듯
북한 이해관계 대변 · 안보약화 비판 여론 고려한 듯
미 공군이 한반도에서의 전략폭격기 비행을 중단하기로 한 가운데 정부는 관련 언급을 애써 피하려는 모양새다.
찰스 브라운 미국 태평양공군사령관은 지난 26일(현지시각) 미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한반도 상공에서 미군 전략폭격기 비행을 중단하게 됐다”고 밝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한국 정부가 먼저 비행 중단을 요청한 것이 맞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확답을 피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말씀드리기는 제한되지만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한미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서 진행하고 있다"며 "진행 중인 사항은 중간에 변화 가능성이 있어 결정이 나면 말씀드리고 있다"고 답변했다.
정부가 이처럼 사안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정부가 남북 화해분위기에 치중한 탓에 또다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B-2' 등 미국 전략폭격기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로 꼽힌다. 북한의 낙후된 레이더 시스템으로는 이들 폭격기의 접근을 사전에 감지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마땅한 요격 수단도 없는 탓이다.
이는 북한군 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도 강한 공포심을 일으켜 김정은 체제를 흔들 수도 있다. 이에 북한 당국은 이들 폭격기가 한반도에 전개될 때마다 무력시위를 벌이고 노골적인 비난을 퍼붓는 등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또 정부는 불공정한 남북군사합의를 체결해 우리 군의 ‘무장해제’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처럼 안보 우려가 불거진 상황에서 전략폭격기 비행 중단을 요청한 것은 연합방위태세를 약화시키고 한미공조 균열을 초래했다는 논란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
그러나 또다른 한편에서는 미국도 북한에 성의를 보여 비핵화협상을 진전시키려 하는 만큼 정부의 이번 요청이 한미관계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나온다.
브라운 사령관은 전략폭격기 비행을 중단한 이유에 대해 "우리는 (북핵)외교적 협상을 궤도에서 탈선시킬 무언가를 하고 싶지 않다"며 정부의 뜻에 호응하는 뜻을 내비쳤다.
또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1일 내년 개최될 예정인 독수리 훈련에 대해 “외교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으로 규모를 축소해 개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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