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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66%, “산업안전보건법안, 현실 여건 고려 필요”


입력 2018.11.11 11:08 수정 2018.11.11 11:10        유수정 기자

한경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관련 대기업 인식 조사’ 발표

사업주 의무 강화·규제 신설만 집중돼

산업안전보건 규정 강화 관련 대기업 114개사 의견 분포.ⓒ한국경제연구원
한경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관련 대기업 인식 조사’ 발표
사업주 의무 강화·규제 신설만 집중돼


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이 국회에 계류 중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방향성에는 공감하나 현실여건이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관련해 주요 대기업 11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11일 밝혔다.

국회 계류 중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유해‧위험 물질의 도급금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제출‧공개 강화 ▲근로자 긴급대피권‧고용부령 작업중지 강화 ▲대표이사의 안전‧보건 계획 이사회 보고 의무 신설 ▲사업주 처벌 강화 ▲원청의 안전보건책임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응답자의 65.8%는 ‘전반적인 방향성은 맞지만 현실 여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뒤이어 ‘근로자의 의무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19.3%)’, ‘현행 수준으로도 충분하다(8.8%)’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산재예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유해‧위험한 물질의 도급을 금지하고 승인 받은 도급작업의 하도급을 금지하는 개정안에 대해서는 51.2%가 ‘효율적인 인력활용을 어렵게 하면서 정작 산업재해 감소에는 효과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별 다른 영향 없음(20.9%)’, ‘직접고용 증가로 산재 감소에 도움(18.6%)’ 등 부정적 답변이 이어졌다.

기업들은 물질안전보건자료 관련 개정안 중 경영‧생산 활동에 가장 부담이 되는 내용으로 ‘영업기밀 정보의 비공개를 위한 사전승인 심사 도입(35.7%)’을 꼽았다.

그 뒤를 이어 ▲미기재 성분에 관한 정보를 정부에 제출(28.6%) ▲일부 화학물질에 대해 비공개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한 규정(8.9%) ▲제출한 MSDS의 전산 공개(8.9%) 등이 자리했다.

개정안은 근로자 긴급대피권과 관련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음을 명확히 규정했다.

이와 관련해 기업의 54.4%는 ‘산업재해 발생 우려의 정의가 모호해 현장 혼란 및 노사갈등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또 급박한 위험이 아니어도 작업거부 등을 목적으로 긴급대피권이 남발될 우려(27.2%)도 지적했다.

대표이사가 회사의 안전‧보건 계획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얻도록 규정을 신설한 개정안에 대해서는 38.6%가 ‘산재 예방을 위한 사업주의 의무가 규정된 상황에서 과도한 조치’라고 답했다.

또 ‘이사회 구성원은 안전보건에 대한 비전문가가 다수이므로 실효성이 떨어진다(31.6%)’ 등 부정적 의견이 뒤이었다. ‘산재 방지를 위해 필요한 규정’이라는 긍정적 의견은 15.8%에 불과했다.

사업주 처벌 강화와 관련해서는 57.0%가 ‘근로자 부주의‧과실에 비해 사업주(혹은 법인) 안전‧보건조치 미흡에 대한 벌칙이 과도하다’고 답했다.

또 ‘벌칙 부과대상인 산안법상 규정이 너무 많아 모두 준수하는 것이 어렵다(21.1%)’, ‘사업주 공백으로 인한 경영상 손실을 고려 시 과도하다(2.6%)’ 등의 의견도 자리했다. ‘산재 예방을 위해 타당하다’는 답변은 15.8%였다.

그러나 안전의식 수준에 대해서는 근로자와 사업주 모두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안전의식 수준을 묻는 질문에 56.1%가 ‘낮다(매우 낮음+낮은 편)’고 답했으며, 사업주의 안전의식 수준 역시 30.7%가 낮다고 답했다. 각 문항에서 ‘높다(매우 높음+높은 편)’고 답한 비중은 7.9%, 26.3%에 불과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사업주뿐만 아니라 근로자, 감독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국회에 계류 중인 산안법 개정안들은 도급인을 비롯한 사업주 의무 강화와 규제 신설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산 차질과 영업비밀 유출 등 경영 현실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고 산재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수정 기자 (crysta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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