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보증 폐지 성과 자화자찬…금융당국 '아전인수' 논란
금융위 “법인 연대보증 반년, 공급 위축 없어” 지속가능 제도 정착 요구
"6개월만에 성과 판단 어려워" 신·기보, 중장기계획 곳곳서 고민 드러내
실패에도 재도전이 가능한 혁신적인 창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며 정부가 중소기업 등 법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연대보증 전면폐지 정책을 도입한지 6개월이 지났다. 당국은 제도 중간점검을 통해 부실률 확대로 우려됐던 보증공급이 별 부작용 없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자평했지만 현장에서 기금을 운영 중인 정책금융기관들은 연대보증 폐지 확대 정책으로 인한 중장기적 기금 운용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다.
금융위 “법인 연대보증 반년, 공급 위축 없어” 지속가능 제도 정착 요구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1일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연대보증 폐지 이후 진행상황 점검회의’를 갖고 “한 번의 실패만으로 기업인들에게 '주홍글씨'를 새기는 부작용을 낳았던 연대보증 정책이 전면 폐지된 지 6개월이 지났다"며 "당초 우려에도 불구하고 보증공급 위축 등의 부작용 없이 현장에서 원활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4월 이후 반 년 동안 신·기보의 전체 보증공급 규모(신규·증액+만기연장)는 37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79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기간 창업기업 보증 공급은 15조6485억원으로 1조6816억원 증가했고, 연대보증 없이 신규 공급된 금액(1조1000억원→5조7000억원)도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금융기관의 법인기업에 대한 보증거절 금액(4409억→4110억) 및 건수(1029건→1091건) 역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그동안 금융의 연좌제라 불리던 ‘제3자 연대보증’에 대해 지난 2012년부터 공공기관 및 금융권에서 전면 폐지했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법인대표자 1인에 대해서는 제도를 유지해 왔다. 이후 지난 4월부터 신용보증과 기술보증과 같이 금융공공기관에서 받는 보증이나 대출 시 중소기업 법인대표자 1인에 대해서도 연대보증을 전면 폐지한 데 이어 올 하반기부터 향후 5년 동안 이미 보증이 실행된 기업에 대해서도 연대보증 폐지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업력과 기술력 등에 관계없이 모든 법인의 신규·증액 보증에 대한 연대보증을 폐지함으로써 정책 실효성이 대폭 확대됐다”며 “지속가능한 제도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사전·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등 보증기관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산 확보서 보증 감축까지" 신·기보, 중장기계획 곳곳서 고민 드러내
그러나 현장에서 기금을 운용 중인 정책금융기관 안팎에서는 제도 시행 6개월 만에 성과를 가늠하기에는 아직 섣부르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관들이 지난달 일제히 공시한 2018-2022년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살펴보면 이에 대한 우려가 여실히 드러난다.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올해 4.4% 수준인 부실률이 연대보증인 전면 폐지정책 등에 따라 확대되면서 오는 22년 말이면 4.7%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향후 부실률 증가와 연대보증인 전면폐지에 따른 대위변제준비비와 대손상각비가 확대되면서 재정운영결과(손실) 증가에 따른 자산 감소가 2018년 8조9000억원에서 2022년 7조원(6조7633억원)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부채비율 역시 규모 감소에도 불구하고 손실 증가와 자산 감소가 맞물리면서 2018년 기준 55%에서 2022년 85%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기술보증기금 또한 이와 비슷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기보는 오는 2022년까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의 일환으로 목표사고율을 현재와 비슷한 4.8% 수준으로 설정하는 한편, 보증규모를 2018년 기준 21조2000억원에서 5년 뒤인 2022년까지 18조원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자구안을 내놓기도 했다. 당국이 향후 보증공급 위축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급 실적 및 책임경영심사 운영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지만 쉽지 않은 이유다.
양 기관 모두 연대보증 전면 폐지에 따른 부실발생 증가와 구상채권 회수율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 속에서 재정건전성과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기관의 리스크 관리 뿐 아니라 재정 출연이 필요하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신보 측은 내년부터 오는 2022년까지 해마다 600억원대 재정 지원을 전망하고 있고, 기보 역시 내년 정부안 기준 300억원 상당의 재정지원 요구에 나선 상태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공기관의 연대보증 폐지는 중소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는 반면 기관의 사전·사후관리 강화에도 불구하고 보증·대출에 대한 부실률이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만약 부실폭이 클 경우 보증재원의 축소로 정작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게 가지 못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경우를 대비해 재정 투입 등 부실보전 방안과 과도한 연대보증 면제 심사기준을 강화해 보증지원이 급격하게 축소되지 않도록 하는 작업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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