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다사다난 3분기'…R&D 확대 속 명암 엇갈려
상위 제약사들 줄줄이 수익성 하락…"연구개발 투자 늘린 탓" 입 모아
일각선 호재 만나 실적 잔치…희비 명확했던 3분기 제약업계
국내 제약업체들이 올해 3분기 다양한 변수와 경쟁 심화에도 불구하고, R&D(연구개발) 투자를 오히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주요 기업의 수익성이 일제히 하락했지만 이 기간 호재가 겹친 일부 업체들은 '깜짝 실적'을 내면서 명암이 교차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국내 주요 상위 제약사들의 잠정 실적을 살펴보면, 올해 3분기(7~9월)에는 전반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이나 소폭의 매출 증가에 그쳤다.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면서도 R&D 투자를 늘린 점이 공통된 이유였다.
매출 규모 1위 유한양행이 3분기까지 거둔 누적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한 1조951억원에 달했지만, 누적 영업이익은 18.8% 줄어든 540억원에 그쳤다.
회사 측은 올해 신규 사업을 추진하면서 채용 규모가 확대돼 인건비가 늘었고, R&D 비용 또한 증가해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유한양행의 올해 3분기 R&D 비용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GC녹십자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조원에 육박한 988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8% 성장했다. 그러나 3분기 기준 매출액은 3523억원으로 작년보다 1.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3.3% 줄어든 280억원을 기록했다. 외형이 소폭 축소된 이유로는 국내 매출 감소가 꼽혔다. 이는 외부 도입 백신이 공급 지연과 경쟁 상품 등장으로 판매가 저조했던 탓이다.
매출보다 수익성 변동 폭이 더 컸던 것은 R&D 비용이 작년 3분기보다 11.8% 증가했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CI 변경과 광고선전 비용, 계열사의 실적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
GC녹십자 측은 "외형 확대와 투자 기조는 유지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원가를 절감해 수익성 회복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도 '외형 성장, 수익성 하락' 양상을 보였다. 3분기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4% 증가한 2353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215억원, 당기순이익은 94억원으로 각각 22.8%, 58.8% 줄었다. 한미약품 측은 수익성이 감소한 이유에 대해 작년 3분기 일회성 수익 요인(임상 진행에 따른 파트너사의 일시적 마일스톤)이 발생했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력 품목들은 고르게 매출이 증가했고, 북경한미약품 실적도 증가해 전반적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세라고 덧붙였다. 특히 R&D 투자 규모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3분기에만 매출액의 17.4%에 달하는 409억원을 투입했다는 것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작년에 발생한 일회성 수익 요인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고르고 안정적인 성장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차별화된 제품을 통한 국내외 시장 공략과 R&D 투자의 효율적 관리로 내실 있는 성장을 지속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동아에스티는 외형과 수익성이 모두 축소됐다. 3분기 매출액은 140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2억원으로 48.6% 줄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R&D 비용으로 작년 3분기보다 7.1% 많은 191억원을 지출했고, 일시적인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말했다.
전문의약품(ETC) 매출은 추석 연휴로 인한 영업일수 감소로 작년 동기 대비 4.1% 감소한 779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슈가논(당뇨병치료제), 주블리아(무좀치료제) 등 주력 제품의 매출은 상승했다.
해외부문에서는 3분기 기준 359억원을 벌어들여 작년 동기 대비 1% 성장했다. 지난해 그로트로핀 입찰이 지연돼 매출이 하반기에 몰리면서 작년 3분기와 비교한 그로트로핀 매출은 하락했지만, 대신 박카스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 이를 상쇄할 수 있었다.
이처럼 경영 지표상 내실이 약화된 기업들과 달리 일각에서는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 성장을 이루기도 했다.
보령제약은 카나브 패밀리의 판매 호조에 따라 3분기 기준 영업이익으로 작년 대비 4배 이상(465.16%) 증가한 71억원을 거뒀다.
부광약품은 위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 양도와 안트로젠 지분 매각 등이 반영돼 실적 신기록을 세웠다. 3분기 영업이익은 295억원으로 작년 대비 696%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438억원으로 무려 4378% 폭증했다.
올해 3분기는 제약사에 따라 사업 성과가 유달리 크게 엇갈렸지만, 실적 감소를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제약사들이 미래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당장의 수익성 하락에도 불구하고 R&D 투자비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는 대부분 기업들이 연구개발비를 증액하면서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하락하거나 성장률이 둔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제약·바이오산업 특성상 연구개발비 증액은 미래 가치에 투자한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