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에 변액보험 '직격탄'…한 달 새 2.5조 '증발'
국내 주식형 펀드 자산 17조9000억…9월 말보다 11.9%↓
증시 불안에 변액보험 수익률 발목…고객 피해 증폭 우려
국내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변액보험 펀드들의 자산이 지난 한 달 새에만 2조5000억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일 계속된 주가 폭락에 변액보험도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기반 펀드의 수익률에 따라 향후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보험금 액수가 좌우되는 상품 구조를 고려하면 주식 시장 불안이 계속될 경우 변액보험 고객들의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으로 변액보험에 설정된 193개 국내 주식형 펀드들의 순자산은 총 17조9000억원으로 전달 말(20조3089억원) 대비 11.9%(2조4089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국내 주식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가 불안의 여파로 풀이된다. 해당 펀드들은 국내 주식에 70% 이상을 투자하는 상품들인 만큼 증시 상황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형태다.
실제로 지난 10월 31일 코스피 지수는 2029.69로 2000선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전달 말(2343.07)과 비교하면 13.4%(313.38)나 빠진 수치로 마감됐다. 코스닥 지수 역시 같은 기간 822.27에서 648.67로 21.1%(173.60) 급락했다.
문제는 국내 증시의 불안이 얼마나 계속될지 예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변액보험의 보험금 지급 체계 상 주가 부진이 더 이어지면 고객들의 손해도 커지게 되는 만큼 주식 시장의 행보를 바라보는 보험업계의 걱정도 커지는 분위기다. 변액보험은 보험료를 기반 펀드에 투자하고 그 운용 실적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생보업계의 투자 상품이다. 즉, 수익률이 낮아지면 가입자로서는 그 만큼 보험금이 적어져 불리하다.
안 그래도 올해 변액보험 펀드들의 수익률은 0%대까지 추락하며 불안을 자아내는 상황이었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자산 규모를 가중 적용해 계산한 국내 변액보험 펀드들의 직전 1년 평균 수익률은 0.23%로 전 분기(6.05%) 대비 5.82%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올해 1분기에서 2분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변액보험 펀드 수익률을 끌어내린 가장 큰 요인 역시 국내 주식 투자에서의 부진이었다. 이 기간 변액보험 펀드 수익률을 유형별로 보면 국내 투자 수익률이 5.54%에서 5.96%포인트 급락한 -0.42%를 기록하며 상황이 가장 안 좋았는데, 그 중에서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12.76%에서 -1.69%로 14.46%포인트나 떨어지며 최하에 머물렀다.
여기에 최근의 주가 하락까지 더해지면 변액보험 고객들의 손해는 더욱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기는 보험사들도 마찬가지다. 보험사의 재무적 부담을 키우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이에 따른 짐을 덜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하면서 변액보험 확대에 주력하고 있었는데, 주가 불안이 계속되면 아무래도 고객 유치에 제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본격 시행되는 IFRS17의 핵심은 보험금 부채 평가 기준이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뀐다는 점이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 때문에 과거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앞세워 저축성 보험을 대거 판매했던 생보사들의 재무 부담은 상당할 전망이다.
하지만 변액보험은 IFRS17이 적용돼도 자본 부담이 크지 않은 상품이다. 변액보험은 저축성 상품처럼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약속한 이율의 이자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자산운용에 따른 수익을 나눠주는 형태여서 보험사의 부채를 크게 늘리지 않는다. 이에 생보사들이 영업에 주력하면서 2016년 1조2815억원을 기록했던 생보업계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지난해 1조9563억원으로 52.6%(6748억)나 늘면서 1년 새 1.5배 이상 급성장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아직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변액보험은 근래 국내 주식 시장 폭락 충격에 직접 피해를 입은 주요 상품"이라며 "IFRS17 대비 차원에서 변액보험 판매에 주력하고 있던 생보사들로서는 증시 부진이 어느 때보다 원망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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