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막힌 정비사업 조합들, 신탁사 사업대행자 방식으로 활로 모색
서울 신길음1구역, 한강로구역 등 대행자 방식으로 신탁사 선정 코앞
조합 없는 시행사 방식과 달리 조합과 신탁사 함께 사업 진행
최근 서울은 물론 지방에 위치한 정비사업 조합들이 부동산산틱사와 손을 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비사업 조합들은 한동안 서울 여의도 일대 재건축에서 유행했던 시행자 방식이 아닌 사업대행자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들 사업지는 대부분 조합원들의 내부갈등이나 사업 진행에 필요한 자금난 등으로 더이상 진척을 내기 힘든 곳들이 많다. 조합들이 자력으로 사업을 이어가기 힘들어지자 부동산 신탁사들과 함께 사업진행을 모색하는 것이다.
신탁사 대행자 방식은 조합이 설립된 상태에서 신탁사가 조합과 함께 사업을 맡는 방식이다. 신탁사 시행자 방식은 조합원들이 조합을 설립하는 대신 신탁사에게 지위를 넘겨 신탁사가 모든 사업을 이끄는 것을 말한다.
두 방식 모두 신탁사들은 사업에 따른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한다. 다만 시행자 방식에서 신탁사는 사업장 부채가 생길 경우 신탁사에게도 부채로 잡혀 리스크가 크다. 대행자 방식은 신탁사가 주로 자금조달과 전문성으로 사업에 기여한다.
8일 도시정비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비사업 조합들이 신탁사와 손을 답고 대행자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서울 신길음1구역 재개발 조합은 신탁사 사업대행자 방식을 적용해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조합은 신탁사 선정을 위한 총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 알려진 현재 신길음1구역 사업에 참여할 유력한 신탁사 후보는 한국토지신탁이다. 앞서 조합이 진행한 입찰에 한국토지신탁만 출사표를 제출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도 사업대행자 방식을 도입하기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고 있다. 이곳은 조합 내부 갈등으로 사업이 5년 가까이 지체된 상태다.
이 밖에 서울에서는 동작구 흑석 11구역 재개발 사업은 한국토지신탁이 대행자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고, 도봉2구역 재개발 사업도 코람코자산신탁이 대행자 방식의 사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조합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지방에서도 사업대행자 방식을 도입한 사례가 많다. 올 들어 인천 서림구역 재개발 조합이 한국자산신탁을, 인천여상주변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이 한국토지신탁을, 충남 아산 모종1구역 재개발 조합이 코람코자산신탁을 각각 사업대행자로 선정한 바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시행자 방식이던 대행자 방식이던 신탁사가 사업에 참여하면 위탁 수수료가 발생해 수익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자금력을 갖춘 신탁사가 사업을 빠르게 정상화 시키면 지체비용 등을 아낄 수 있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행자 방식으로 진행하는 신탁사에 분양보증과 사업비 지급 보증을 승인하고 있어 안전성도 높아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조합원들 입장에서 신탁사 시행자 방식과 대행자 방식의 장담점을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행자 방식은 시행지 방식에 비해 신탁사가 수동적인 경우가 많고, 조합원들의 이견 등을 잘 해결하지 못할 경우 사업은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며 “신탁사의 참여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은 크지만,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에 따라 정비사업의 원활한 진행이 결정되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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