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에 문 연 화장품 빅2…'편집숍 지각변동' 빨라지나
H&B숍 강세에 일제히 '멀티숍' 정체성 강화…시장 지형 변화에 맞대응
위기감 높은 브랜드숍도 변화 가세하나…해외선 드럭스토어 등 적극 입점
국내 화장품 시장 빅2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아리따움'과 '네이처컬렉션' 등 뷰티 편집숍에 자사 브랜드만 입점시키는 관행을 깨고 타 기업 브랜드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자사 유통망에 타 브랜드 비중을 늘려 고객을 잡아끄는 전략이 업계 전반에 확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 28일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토털 뷰티숍 '아리따움' 강남역점을 '아리따움 라이브(Live) 강남'으로 새롭게 론칭했다. 이 매장은 '살아있는 신선한 고객 체험 콘텐츠'를 주제로, 차세대 멀티 브랜드숍 플랫폼으로 꾸며졌다.
단지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피부 진단과 메이크업 클래스 등 체험 콘텐츠가 함께 제공되는 장으로 활용될 것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매장은 특히 타사 브랜드를 대폭 입점시켜 눈길을 끌고 있다. 헤라 메이크업,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이크온 등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브랜드 11개도 신규 입점했지만 메디힐, 더툴랩, 스틸라, FARMACY(파머시), LA MUSE(라뮤즈), 한아조 등 59개 외부 브랜드가 추가됐다.
같은 날 LG생활건강도 'VT 코스메틱'이 그룹 방탄소년단과 협업 제작한 화장품을 오는 6일부터 네이처컬렉션 온·오프라인 매장에 독점 판매한다고 전했다. 아모레의 아리따움처럼 네이처컬렉션도 기존에는 LG생건 화장품 만을 유통하던 편집숍이었다.
LG생건 관계자는 "다양해지는 고객 수요를 충족하고 더욱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타사 브랜드를 입점시켜 '뷰티 전문 멀티 브랜드숍'으로서 성격 강화에 나서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뷰티기업들의 이같은 변화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등 헬스앤뷰티(H&B)숍의 인기가 매섭게 오르면서 시장 지형이 '편집매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앞다퉈 제기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시코르), 롯데백화점(라코)도 신규 화장품 편집숍을 선보이며 흐름에 가세했다.
아리따움과 네이처컬렉션 뿐 아니라 원브랜드숍들도 '멀티숍'으로 변모하는 체질개선 전략을 취할지가 변수로 떠오른다. 작년의 사드 이슈 여파와 내수부진이 겹쳐 올해 1분기(1~3월)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에이블씨엔씨의 미샤·어퓨 등 주요 브랜드숍들은 일제히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높아지는 위기감에 이들도 생존을 위한 대대적인 혁신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LG생건의 네이처컬렉션은 올해 1월 기준 전국 매장 수는 169개인데 이 중 40%에 달하는 68개 매장은 원브랜드숍인 '더페이스샵'에서 전환된 것이다.
한 뷰티업체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원브랜드숍이 돌풍을 일으켰을 때는 시장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폐업하는 화장품 업체들이 속출했지만, 편집숍이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는 현재 원브랜드숍들은 위기를 넘기 위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뷰티 편집숍에 입점하는 방안은 오프라인 가맹점의 수익을 잠식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어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다. 다만, 비교적 오프라인 판로가 빈약한 해외시장에서는 유명 드럭스토어나 대형마트 등에 입점하는 것이 현지 인지도를 단번에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일본 내 미샤 직영매장을 열기보다 현지 드럭스토어에 제품을 납품하는 방향으로 유통방식을 바꿨다. 현지 유통채널에 입점시키는 '홀세일' 유통은 총 80여개 진출국가 중 절반 가량에 도입했으며, 앞으로도 대상국가를 늘려갈 방침이다.
토니모리는 '세포라', '얼타' 등 글로벌 뷰티 편집숍에 입점하며 진출국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2016년 5월 유럽 세포라 전 지점에 입점했고, 작년에는 독일 최대 유통채널 '두글라스'에, 최근에는 멕시코 세포라 매장 21곳에 입점해 중남미 시장으로도 발을 넓혔다. 올해 7월 잇츠스킨은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입점을 결정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기존 매장을 리뉴얼해 집객 효과를 높이는 한편, 매출이 부진한 점포를 정리하는 '매장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이들 업체들의 공통점이다.
한 브랜드숍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올리브영같은 편집숍에 입점하거나 스스로 멀티 매장으로 거듭나는 것 모두 어려운 게 브랜드숍들의 현실이지만 아직 K-뷰티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해외에서는 현지 드럭스토어나 온라인 유통망 입점을 검토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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